간암, 지레 포기할 병 아니다
말기 간암이라도 희망 있다
세브란스병원 간암전문클리닉을 찾는 환자 중에는 다른 곳에서 치료가 힘든 말기 간암인 경우가 많다. 홍 모(52) 씨도 간암 말기로 수술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수술이라도 할 수 있으면 기대를 해 볼 수 있을 텐데…. 보통 100명 중 15~20명 정도만 수술을 할 수 있다. 이 클리닉에서는 우선 홍 씨의 암 크기를 줄게 하는 치료를 시행했다. 경과가 좋아 간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은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클리닉 팀장을 맡고 있는 한광협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많은 말기 간암 환자를 살려냈지만, 그중에서도 딸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선생님을 회복시킨 게 기억에 남는다. 40대의 이 남자 선생님은 방사선과 약물 치료를 동시에 받으면서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됐다. 그리고 수술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 5년이 지났고 지금은 복직해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
간암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불치병으로 꼽혔다. 5대 암 중에서 폐암과 함께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었다. 그러나 치료 기술의 발달로 간암은 5대 암 중에서 최근 15년 사이에 5년 생존율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제 간암은 ‘고칠 수 있는 병’이 됐다. 간암 말기라고 해서 낙망하고 치료를 쉽게 포기할 일이 아니다. 간암 치료는 분야와 영역을 초월해 다수의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맞서야 한다. 치료법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가짐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소적방사선항암동시요법’의 경우 간 클리닉과 방사선종양학과의 합작품이다. 이 요법은 간 동맥으로 항암제를 주입하면서 동시에 방사선 치료를 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치료를 한 결과 3개월 이내에 사망할 줄 알았던 환자의 생존 기간이 11개월까지 늘어나는 등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검사 방법대로라면 두 달까지도 걸리는 암 질환 진료를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받게 해 진료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간암클리닉’도 간암을 차츰 정복해가는 데 큰 밑바탕이 됐다.
전문가들은 치료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지만 간암을 이기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가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절망감에 빠져 일찍 포기할 경우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초기 암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하나뿐인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간암과 한판 싸워보자’는 각오를 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용기를 갖고 치료에 임하면서 동시에 ‘암이면 어때, 인간은 어차피 죽는 존재인데’라는 생각으로 평정심을 갖고 생활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자를 옆에서 돌봐야할 가족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급한 마음으로 주위의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이쪽저쪽 쫓아다니며 헛심만 쓰다 환자보다 먼저 지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기 보다는 습관부터 바꿔라
한광협 교수는 “간암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절망하기보다는 암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발견된 사람도 치료가 잘 안 될 수 있고 늦게 발견된 사람도 성공적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며 “간암 환자는 물론 간암 환자의 가족 모두 간암은 불치병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가족과 의사가 협력해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암 치료나 예방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암을 이길 수 있는 습관을 갖게 되면 치료 효과가 배가 된다. 암을 이기는 식품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는 습관은 암을 퇴치하는 데 큰 무기가 된다.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는다면 간암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를 실천한 것이다.
지난 8월29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간 섬유화 스캔’ 누적 검사실적 2만 건을 돌파해 기념식을 가졌다. 간의 섬유화 현상이란 각종 염증 반응으로 간이 딱딱해 지는 것으로 섬유화가 심하게 진행된 것이 바로 간경변증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예전에는 굵은 주사 바늘로 간 조직의 일부를 떼 내는 검사를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간 섬유화 스캔은 초음파 영상만으로 간의 섬유화와 간경변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간암 예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간암은 치료와 예방이 모두 가능한 질병이 됐다. 이런 시대에 절망감에 빠져 간암 치료를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도움말=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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