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간염, 이제 완치 가능합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

1년 전,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한 쌍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33세인 예비신랑이 혼전 검진 상 간염이 의심된다는 소리를 듣고 내원한 것입니다. 예비신부의 얼굴에는 걱정근심이 가득했습니다.

검사 결과 환자는 만성 C형 간염으로 진단됐습니다. 다행히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환자는 6개월 동안 매주 페그인터페론 주사와 매일 리바비린 복용으로 치료해 완치됐고, 얼마 전 찾아와 아이를 가졌다고 했습니다. 해피엔딩의 경우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경우도 꽤 많습니다. 32세의 만성 B형간염 여성 환자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했으나 둘째 아기를 원한다며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그녀는 아기도 갖지 못한 채 1년 만에 간경변으로 진행하고 말았습니다.

만성간염, 방치하면 40~50대에 간경변. 간암으로 숨질 확률 높다

만성 간염은 적절한 치료로 완치가 가능해졌거나 완치에 가깝도록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여전히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해 숨질 확률이 높습니다.

간염은 간세포에 손상을 입어 염증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간염으로 구분합니다. 만성 간염은 B형, C형 간염바이러스, 알코올, 대사성 증후군, 약물이나 기타 독성 물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자가면역 및 윌슨씨 병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에선 지방간염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나, 아직 바이러스 간염이 전체의 75% (B형 간염 환자가 전체의 65%, C형 간염 환자가 10%)를 차지합니다. B형 간염은 주로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액검사에서 간에 염증소견이 없는 무증상 보유자로 성장하다가 대개 평균 30세 전후에야 간염의 소견이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에선 1985년 B형 간염 예방접종이 도입됐고, 1995년부터는 국가 주도로 신생아에게 예방접종을 한 덕분에 그 수가 많이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30세 이상 성인의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4.2%나 됩니다. 예방이 가장 좋은 치료란 말이 있듯이, 3회의 접종 후에는 95% 이상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기게 되므로 꼭 신생아 때 예방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항체가 생기지 않을 경우엔 추가 접종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인한 만성 B형간염 치료제 7가지

그 가운데 인터페론 알파와 페그인터페론 알파는 주사제이며 나머지 라미부딘(상품명: 제픽스), 아데포비어(헵세라), 엔테카비어(바라크루드), 텔비부딘(세비보) 및 테노포비어(비리어드)는 경구용 약제입니다.

페그인터페론은 일부 환자에겐 거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경구용 제재보다 전반적으로 효과가 적고, 부작용이 있으며, 값이 비쌉니다.

경구용 항 바이러스 제재는 항 바이러스 효과가 강력하고 부작용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치료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장기 투여해야 하며,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구약제로 1998년부터 쓰기 시작한 라미부딘은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가 강한 편이고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값이 쌉니다. 하지만 내성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아데포비어는 항 바이러스 효과가 약한 편이나 내성은 라미부딘보다 적어 라미부딘 내성 바이러스에 효과적입니다. 엔테카비어는 이전에 항 바이러스제 복용을 하지 않았던 환자에서 항 바이러스 효과가 가장 강하고 내성도 가장 낮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라미부딘을 사용하고 내성이 발생한 경우엔 비교적 높은 내성 발생률을 보여 사용에 제한적입니다.

텔비부딘은 항 바이러스 효과가 매우 우수하고 임신 중에도 쓸 수 있으나, 2년 이상 장기 복용 하면 내성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테노포비어는 최근 임상연구에서 높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이고 내성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라미부딘 내성 환자에게 효과가 매우 좋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처방이 가능해졌습니다.

C형 간염바이러스, 만성 간염으로 진행할 확률 55~85%

C형 간염바이러스의 국내 유병률은 0.8~1% 정도로 B형 간염바이러스보다 다소 낮습니다. 하지만 예방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미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B형 간염바이러스보다 C형 간염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높습니다. C형 간염바이러스는 주로 수혈이나 주사기 등으로 전파되며 문신이나 침으로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산모로부터의 수직감염이나 성관계를 통한 전염의 빈도는 낮은 편입니다.

현재 만성 C형 간염의 표준치료는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의 병합요법입니다. C형 간염바이러스 유전자 1형을 페그인터페론으로 48주 동안 치료하면 50-60% 정도 완치됩니다. 유전자 2 또는 3형에선 80~90% 이상의 완치율을 보입니다. .

최근엔 이런 표준치료에 경구용 신약을 추가해 유전자 1형에서도 완치율을 90%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심지어 페그인터페론 주사제 없이 경구용 약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일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도 재치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이런 신약을 포함한 치료는 2014년 이후 국내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성 간염의 치료는 마라톤 경기다

만성 간염 환자들이 초기에는 치료를 잘 받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방심하거나 자포자기로 치료에 소홀하게 되거나 병원을 찾지 않아 결국 간경변, 간암으로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만성 간염의 치료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완치율 및 부작용 개선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끝까지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성실하게 치료받으면 만성간염이라는 마라톤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만성 간염, 이제 완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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