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심의 과학…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심리는?
온라인 경매, 경쟁 입찰로 가격만 올리려는 사람 많아
대부분의 사람은 앙심을 품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앙심을 품는다면? 앙심을 품은 사람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대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히려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에릭 킴브로 교수팀은 e베이 스타일의 온라인 경매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경매는 스스로 낙찰 받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입찰가를 계속 올리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 결과 참가자는 앙심을 전혀 품지 않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확연하게 갈렸다. 참가자의 70%는 친절하거나 앙심을 품거나 하는 행태를 일관성 있게 유지했다.
연구팀은 48명의 학생에게 16차례의 경매에 참여하게 했다. 한 물품의 경매는 2차에 걸쳐 진행됐으며 1차의 최고 입찰가가 발표된 뒤 2차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이 낙찰 받는 구조였다. 이때 앙심(spite)을 품는 참가자는 자신이 낙찰 받지는 않으면서 낙찰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앙심적 행태는 세 가지로 구분됐다. ①낙찰 받지 않는다(약간의 앙심). ②가격을 올리면서 낙찰은 받지 않는다(많은 앙심). ③최대한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자기가 낙찰 받지는 않는다(최대한의 앙심). 그리고 앙심적 행태 3건 중 1건(31%)은 ‘최대한의 앙심’이었고 나머지(68%)는 ‘많은 앙심’으로 분류됐다.
앙심적 입찰자의 일부는 사후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1차에서 너무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동물학자 앤디 가드너 교수는 “사람들이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즐긴다는 사실은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앙심을 당사자와 상대방 모두에게 해를 끼치거나 적응도를 떨어뜨리는 행태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어째서 살아남았는지, 어떤 적응적 이득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공동과학도서관저널(PLoS ONE)’ 15일자에 실렸으며, 16일 라이브사이언스 등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