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나이트 스탠드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내 눈을 단숨에 잡아 끈 기사는 미국의 수영선수 라이언 록티의 원 나이트 스탠드 소동이다. 펠프스의 올림픽 메달 20개의 대기록만큼이나 안 보고는 못 배기게 미국 구글을 휩쓸었던 수영기사다.

록티 선수의 어머니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아들은 훈련하느라 너무 바빠서 여성과의 관계는 원 나이트 스탠드를 할 시간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온/오프라인에서 바이러스처럼 퍼진 것.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원 나이트 스탠드가 취미인 금메달리스트로 못 박힐 찰나 록티 선수와 그의 어머니가 다시 인터뷰를 통해 원 나이트 스탠드는 데이트의 다른 표현이지 침대로 꼬드기는 의미가 절대 아니며, 방송매체에 낯선 어머니의 작은 해프닝일 뿐이라고 말했다. 록티 선수의 기사 댓글마다 온통 그의 “데이트” 취향을 판단하는 이들로 넘쳐나지만 나는 현대 신조어인 원 나이트 스탠드의 뜻을 혼동한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꽤 한참이나 ‘된장녀’의 뜻을 된장이나 청국장 같은 우리네 발효식품을 사랑하고, 알리는 데 열혈인 여성을 뜻하는 말인 줄 알았다!

록티 선수 덕에 생각난 것도 있지만 사실 얼마 전에 우연히도 지인 한 분이 내게 원 나이트 스탠드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가끔 이메일을 통해 내게 응원 글을 보내시는 한 남성분인데, 구구절절한 경험담 대신 깔끔한 원 나이트 스탠드를 위한 나만의 규칙을 짤막하게 써서 보냈는데, 다음과 같다: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미혼(이 룰을 어겨 무려 1조를 전 부인에게 갖다 바친 타이거 우즈를 보라!)이어야 하고, 피임(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상대의 아이를 위해 x빠지게 번 돈을 바칠 생각이 없다면!)을 확실히 할 것 등의 내용이었다.

물론 이 모든 룰을 적용할 대상의 외모는 원 나이트 스탠드의 구성 요소 중 99%에 해당하는 것이니 당연히 섹시해야 한다. 하룻밤 만날 상대인데 살이 오르다 못해 목 뒤로 지방이 두툼하게 흘러내리는 그런 사람과 뒹굴고 싶지는 않을 거다.

경험에 근거한 룰이나 나는 거의 항상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원 나이트 스탠드 경험은 두 번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훗날 내가 관에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떠오를 여러 장면 중에 이 원 나이트 스탠드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기분 좋은 추억이고,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이제는 먼 기억이다.

그래서 이메일 친구인 그 분에게 내 경험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분에게는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라 혼자만 간직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사실은 좋았던 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갑자기 내가 너무 나이 든 사람 같아 슬펐던 것뿐이다. 원 나이트 스탠드의 추억을 떠올릴수록 내가 순간순간 10년 씩 나이를 더 먹는 기분이라 괜히 심통이 난다. 그래서 침대에 나란히 앉아 인터넷 스포츠 뉴스를 열심히 클릭하는 내 남자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할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내가 너 몰래 원 나이트 스탠드를 했는데, 나중에 너에게 걸렸어. 그럼, 넌 어쩔 거야?”

이 남자, 눈도 안 마주치고 무심하게 대답한다.

“전에 말했지? <해피 엔드>....”

예전에 내가 바람을 피우면 어쩔 거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인 즉, 나를 영화 <해피 엔드>의 전도연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내가 의문사로 죽으면 범인은 내 옆에 있는 남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 후로도 나는 여전히 내 남자와 살고 있고, 원 나이트 스탠드의 경험도 여전히 숫자 ‘2’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원 나이트 스탠드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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