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개념 도입한 작곡 프로그램의 위력

3천세대 진화…소음에서 명곡으로 탈바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무작위 소음을 청취자의 반응에 따라 계속 진화시키면 뛰어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생물은 변화와 변이, (자연)선택과 재조합을 통해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후손을 낳는데 음악에서도 이와 같은 과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진화발달생물학과 아만드 르로이 교수의 실험이다. 같은 대학의 모기 연구자인 밥 맥칼럼 박사가 하룻밤 만에 작성한 ‘다윈튠즈(DarwinTunes)’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그 배경이 되는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음악가의 통제 없이도 소음으로부터 음악이 진화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다. 3000세대 이상 진화된 곡을 다음 주소에서 들어보자(http://soundcloud.com/uncoolbob/darwintunes-evolution-of-music).

▶다윈튠이 만들어낸 진화 과정.


①신디사이저의 비트와 멜로디, 종소리와 윙윙거리는 소리, 경고음 등을 무작위로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길이 8초짜리 음원을 두 개 만들었다.

②두 음원의 음표를 혼합, 재결합해 무작위 돌연변이를 가진 자손 음원을 만들었다. 이것을 4개, 16개, 64개 식으로 늘려나가 모두 100개의 선율을 만들어냈다.

③온라인 모집한 약 7000명의 네티즌에게 이를 들려주고 1점(도저히 못 듣겠다)에서 5점(곡이 좋다)까지 매기게 했다.

④ “도저히 못 듣겠다”고 평가된 음원은 삭제하고 좋은 등을 받은 음원은 또다시 혼합, 재조합 과정을 통해 다음 세대의 음원으로 진화시켰다. 이를 다시 네티즌에게 평가받게 했다.

⑤ 불과 몇 백세대만에 불협화음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좀더 좋은 리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천여 세대가 지나가자 청취자의 반응이 더욱 좋아졌다.

⑥3000세대가 넘어가자 킥 드럼(페달로 연주하는 큰 북)이나 베이스 드럼 소리 같은 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드럼소리는 넣은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때부터 음악의 수준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고 안정상태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르로이 교수는 “시장의 힘, 즉 소비자의 선택은 그 자체가 창의력이다. 우리 생각보다 실제로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19일 BBC 방송에서 보도됐다.

    허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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