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조기진단·조기치료가 살 길이다.

발병 2년 지나면 손쓰기 어려워

박모(22, 여)는 어느 날 오른 쪽 손가락 두 번째 관절이 부었다. 한 달 뒤에는 통증이 다른 손가락과 손등 일부에도 퍼지고 양쪽 무릎이 부었다. 개인병원에 가서 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대학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류마티스 인자 검사는 음성이 나왔지만 류마티스 조기 진단에 많이 사용되는 항CCP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방사선 촬영 결과 두 번째 오른쪽 손가락에서 골미란(뼈 표면에 염증이 생겨 녹는 현상)이 발견됐다. 의사는 박 씨에게 3개월 동안 설파살라진과 메토트렉세이트(MTX) 등 항류마티스제를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를 사용했고 골미란이 억제되는 등 증상이 좋아졌다.

어떤 병이든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병이 진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류마티스 관절염도 예외가 아니다. 류마티스는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거기에 관절도 파괴된다. 한양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유대현 교수는 “류마티스 질환은 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원인을 제거하는 것보다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는 요인을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조기 치료가 중요한 것은 이때는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발병 2~3년이 지나면 관절 변형 등이 나타나 손쓸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환자가 류마티스 내과에 찾아오기까지는 대개 3~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유 교수는 “적어도 3개월 이내에 치료 시작해야 한다”면서 “염증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병이 커질 가능성이 적어지지만 때를 놓치면 염증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치료가 어려운 만성질환이 된다”고 설명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개 3개월이 지나면 20%, 1년이면 60%, 2년이면 70%의 관절 변형이 일어난다. 뼈가 손상되고 인대까지 닳아 없어지면서 관절이 변형된다. 변형이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다. 유 교수는 “관절 손상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약제를 함께 쓰고 생물학적 제제를 쓰는 등 공격적인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조기 치료로 병 진행 막는 것이 목표

김모(39, 여)씨는 10군데의 관절이 갑자기 아팠고 이것이 한 달 동안 지속됐다. 개인병원으 찾아갔더니 류마티스 관절염 소견이 나왔다. 큰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다발성 관절염이었고 류마티스 활성도가 컸다. 의사는 메토트렉세이트와 항 말라리아제, 설파살라진 등 항류마티스 제제를 3개월 간 처방해 관절파괴를 늦추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엔 결국 생물학적 제제인 엔브렐을 사용해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김 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있더라도 그것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됐는지 알기 어렵다. 조기 진단 및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유대현 교수는 “류마티스는 몸에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피로하거나 열이 나고 입안이 헐거나 마르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임파선이 붓는다”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류마티스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절이 붓고 아침에 뻣뻣해지는 증상이 한 시간 정도 지속되면서 그 증상이 사나흘 이상 계속될 때도 류마티스 관절염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병원을 찾아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류마티스는 완치에 이르기는 어려운 질병이다. 그러나 조기 치료에 성공하면 병이 진행 되지 않는 상태인 관해(Remission)에 이를 수 있다. 유대현 교수는 관해에 대해 바다 위 드러난 빙산을 예로 설명했다. 유 교수는 “빙산 전체가 질병이고 수면 위에 드러난 부분이 증상이라면 류마티스 치료의 목적은 빙산을 전부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해란 병을 갖고 있더라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그는 “조기 치료를 한다면 임상적으로 관해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류마티스가 천형(天刑)이라고 불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조기 진단과 치료로 이제 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치료법이 발달했다. 생물학적 제제 등 염증 물질만을 파괴하는 약제도 발달해 과거에 비해 치료 효과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더 이상 류마티스는 천형이 아니다. 관리와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관절염, 조기진단·조기치료가 살 길이다.

    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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