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동맥경화가 문제다
류마티스의 염증, 동맥경화 악화시켜
이모씨 (40, 남)는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혈압 관리에 소홀했다.
관절도 가끔씩 아팠지만 병원을 잘 찾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이 답답해
병원에 갔더니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3개의 혈관(관상동맥)에 피떡이 생기거나 혈관이 수축돼 심장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그동안 관절이 아팠던 것도 류마티스 관절염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병원 측에서는 조기에 고혈압과 류마티스 치료를 했다면 심근경색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상동맥 조영술로 심근경색을 확인했고 심장내과에서 스텐트
삽입술로 심혈관을 넓힌 다음 고혈압을 조절했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의 염증이 심근경색에
영향이 주는 것을 막기 위해 항류마티스 약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류마티스는 면역계가 신체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표적인
염증성 질환이기도 하다. 류마티스 질환은 염증이 어느 부위를 침범하는지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관절염은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고 루푸스는
이런 염증이 온 몸에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염증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동맥경화는
수도관에 녹이 슬어 내부 지름이 좁아지는 것과 비슷한 병이다. 혈관 안쪽 내막에
지방과 염증세포가 쌓이면 죽 모양의 혹(죽종)이 생기면서 혈관이 탄력을 잃고 단단해진다(경화).
죽종이 파열되면 피떡이 생겨 혈액의 흐름을 막는데 이를 유발하는 것이 염증이다.
한양대학교 류마티스 내과 최찬범 교수는 “류마티스 질환의 염증이 동맥경화의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은 류마티스 환자의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인보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더 높고 더 젊은 나이 때 발병할 수 있다.
예컨대 50대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심장병 위험율은 85%로 같은 나이 일반인(27%)의
3 배 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30대 환자의 혈관질환 발병률은 40대 일반인의
그것과 비슷하다. 심혈관 질환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어 일찍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슴이 조금이라도 갑갑하다면 병원을 찾아 통증 완화를 위해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
류마티스 환자는 혈관 질환 더욱 신경 써야
김모씨(50, 여)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를 받으며 내원하는
동안 초기에는 어떤 혈관질환도 발견되지 않았다. 2년이 지난 뒤에 혈액 검사를 하니
지방 성분이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고지혈증 소견이 나왔다. 의사는 우선
김씨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로 했다. B씨는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썼다. 약물 치료도 받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엄격하게 관리했다.
일반인은 고지혈증의 진단 기준이 되는 LDL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160mg/dL 이하로 관리하면 된다. 하지만 류마티스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130mg/dL 이하로 유지해야 했다. 류마티스와 고지혈증 관리가 잘 된 김씨는
회복세를 보였다.
1년 전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은 한씨 (52, 여)는 병원에서 치료를 하던 중
혈압을 측정해보니 고혈압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질병 활성도와 혈압수치를
관리하도록 했다. 일반인의 고혈압 치료목표는 수축기와 확장기에 140~90mmHg
이지만 류마티스 환자인 한씨는 이보다 낮은 130~80mmHg 를 목표로 관리했다.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질환과 동일한 위험군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고지혈증 증상이 나타나면서 일반 환자보다 더 엄격한 관리를 받았다.
고혈압 환자인 한씨도 마찬가지다. 이는 류마티스 환자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에
있어 당뇨병 환자만큼이나 고위험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 사망 원인
중 70%가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이고 류마티스 환자의 사망 원인 1위도
심혈관질환이다.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고혈압이고 그 다음이 고지혈증이다. 류마티스와
동반질환을 제때 다스리지 않으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경과도 좋지 않다.
그렇다면 일반 동맥경화와 류마티스 환자의 동맥경화는 다를까. 최찬범 교수는
“류마티스성 동맥경화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일반 동맥경화와 다른 점도 없다”면서
“심혈관질환은 결국 심장내과(순환기내과)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류마티스 내과에서
할 수 있는 치료는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인 염증 활성도를 줄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류마티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스스로가 젊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혈액 을 검사해 고지혈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1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해주는 것도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관리해도 가슴에
갑작스런 통증이 오거나 목동맥 근처에 붓는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류마티스 환자는 자신이 심혈관질환에 더 취약하고 위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관리한다면 합병증이나 동반질환의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