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라운지]노년을 편하게 지내려면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나이가 들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삶에 대한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중장년층을
많이 본다. 우리 몸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곳은 아무 데도 없지만, 무릎 연골의 손상은
중장년층에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많은 분이 “지하철 계단 난간을 짚고
내려가다 보면 처량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만큼 무릎 관절은 중요한 신체 부위 가운데 하나다. 중장년에 삶의 활력을 느끼고,
노년을 잘 지내는 데는 무릎 건강이 필수다. 무릎 통증으로 우리 병원의 진료실을
찾아오는 중장년층 10명 가운데 남성 환자와 여성 환자의 비율은 3대 7 정도 된다.
하지만 노년층이 되면 무릎이 구부정한 분들 10명 가운데 9명 꼴이 할머니다. 할머니들이
퇴행성 관절염에 시달릴 가능성이 할아버지들보다 훨씬 더 큰 셈이다.
요즘엔 남성 환자도 부쩍 늘고 있다. 적어도 우리 병원의 경우엔 그렇다. 산악자전거,
마라톤, 험산 오르기 등에 도전하는 중장년층이 주변에 꽤 많다. 그러다 보니 외상,
특히 연골 손상을 입고 병원에 오는 분들도 적지 않다.
환자 본인이 일상생활에서 무릎 손상이 왔음을 알아챌 수 있는 신호탄은 빌딩이나
지하철의 계단을 내려 갈 때 무릎이 시큰거리는 증상이다. 이 때 무릎이 아픈 것은
이 부위에 하중이 실리면서 연골을 눌러 뼈와 맞닿게 하기 때문이다. 빨래 등 무릎을
굽히는 동작이 필요한 일을 하다 통증을 자주 느낀다면 연골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무릎에서 뿌드득 소리가 가끔 나더라도 아프지 않다면 별 문제 아니다.
그러나 작은 움직임에도 통증이 나타나면 연골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봐야 한다. 방향을
갑자기 틀어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힘든 경우도 연골이 비정상이라는 신호로
받아 들여야 한다.
연골은 우리 몸에서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다. 몸에 좋다는 운동을 적절히 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 까짓 무릎 통증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다가 도리어 연골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쉽다. 무릎 연골에는 운동보다는 휴식이
더 좋다. 운동으로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앞으로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픈 중장년층은 무릎 연골을 진정으로 귀하게
여겨야 한다. 자기 연골을 최대한 보존하는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수명 100세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불필요한 수술을 감행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 종전엔
연골 손상이 적은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 때문에 참고 참다 결국
인공관절수술을 받게 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인공관절도 쓰다보면 닳는다. 자동차의
타이어처럼 폐기해야 할 운명에 처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무릎을 최소 65세까지는
쓸 수 있게 잘 관리해야 한다.
말기에 이르지 않은 초기나 중기의 연골 손상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PRP주사,
줄기세포 치료’가 있다. PRP주사 치료법은 우리 병원이 정형외과 분야에 도입, 시술해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환자의 조직을 활용해 치료하기 때문에 부작용 없이
안전하다. PRP는 환자의 혈소판을 뽑아 5배로 농축, 분리한 액체다. 적은 양에도
각종 성장인자(PDGF, TGF, EGF)가 풍부하다. 이 액체를 손상된 연골에 주입하면 성장인자들이
인대와 근육에 작용한다. 그 결과 세포를 증식하고, 혈관이 재생된다. 콜라겐을 만들고,
상피세포를 성장시킨다. 이에 따라 일부 손상된 연골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강화된다.
이는 관절염 예방효과가 있는 근본적인 연골 치료법에 해당한다.
PRP주사를 1세대 치료법이라고 한다면, 줄기세포는 2세대 치료법이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보건복지부에 의해 신의료기술로 인증됐다. 환자의 골수를 뽑아 줄기세포만
가려내 관절내시경으로 손상된 무릎 연골 부위에 주입한다. 다만 이 치료법은 만
15세 미만이나 만 50세 이상은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손상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면
이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연골 건강부터 바로잡아야, 기나긴 노년
생활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