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당뇨·불임·근시…도시에 사는 대가
자연의 유익한 미생물과 접촉 부족한 탓
도시 사람들이 알레르기 질환과 천식, 자가면역질환 등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
자연과 접촉이 부족한 탓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주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회보에
실린 논문의 내용이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팀은 핀란드 동부지역 청소년 118명의
피부에서 미생물 샘플을 수집하고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농장 지대나
주변에 숲이 있는 지역의 청소년은 도시 청소년에 비해 다양한 박테리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청소년은 혈액 속에 알레르기 염증 반응과 관련된 특정
항체(면역글로불린E)가 적었다. 연구팀의 일카 한스키 박사는 “박테리아는 인체의
미생물상(相)을 다양하게 만들며 이것은 면역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건강에 이로운 박테리아는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도시에 사는 대가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그라나다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자. 이에 따르면 도시 임신부들은 시골 임신부에 비해 나이가
더 많고 체중이 덜 나가는 데도 불구하고 더 큰 신생아를 낳고 있다. 조사 결과 도시
임신부와 태아의 혈액 속에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독성
환경호르몬이 더 많이 들어 있었다. 이는 배기가스와 매연을 비롯해 인간이 만든
수많은 오염물질에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유사 에스트로겐은 태아가 과대 성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나중에 비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성 조숙증, 불임, 폐암,
유방암, 전립샘암을 일으킨다.
2010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한술 더 뜬다. 도시의 오염물질은
유아의 신진대사에 변화를 일으켜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소의
킹화선 박사는 “오염물질의 미세 입자는 신체에 직접적으로 염증을 일으키며 지방
세포를 변화시킨다”면서 “이 모두가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도시 어린이는 고도근시가 될 위험이 크다.
호주 시력보호 과학센터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햇빛 부족이다. 햇빛에 노출된
눈의 망막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는 근시의 원인인 안구의 과대성장을 억제한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는 근시가 될 위험이 20%
낮다.
이 모두가 도시에 사는 대가다. 인류는 자신의 진화 기간 대부분을 보냈던 자연환경을
벗어나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도시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대안은 녹색
공간, 그린 벨트, 그린 인프라를 포함하도록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