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협회장 “정부에 당하고 있지 않겠다”
“만성질환관리제 불참,의료분쟁조정법 소송”
대한의사협회의 노환규(사진) 신임 회장은 2일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과거와 달리 (정부에) 힘없이 당하고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이날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만성질환관리제(선택의원제)는 고혈압·당뇨 등의 치료를 특정 의료기관에서 고정적으로 받을 경우 환자의 진료비를 깎아주고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다.
노회장은 이 제도가 환자 정보 유출, 동네의원 통제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제도 불참을 위해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많은 의사들이 오는 7월 (만성질환관리제도에) 보건소가 개입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홍보에 주력할 터”라고 말했다. 이어 “전 집행부가 찬성해 시행에 들어갔지만, 현 집행부가 반대하고 있어 복지부와 서로 새롭게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복지부와 활발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에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 법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정부가 70%, 의료기관 측이 30%를 부담토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보상금 전액을 먼저 지급하고 추후 의료기관에서 받아내는 대불제도가 포함돼 있다.
노 회장은 “대불금 마련을 위한 강제 징수에 강하게 반발할 것이며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라며 “내주 초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와 만나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의사회 및 약사회와의 갈등도 예고했다. “한의사의 경우 그들이 현대의학의 영역을 침범하는 한 보완적이거나 우호적 협력관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이원화된 (의사)면허에 대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약사회에 대해선 “기본적으로는 함께 협력해야 할 단체임에 틀림없지만 의료비의 구성에 대한 불균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간 약사 조제료가 약 3조원인데 이는 전체 수술비용 보다 더 많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협은 의학적 문제로 사회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전문가적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광우병 검역중단 논란에 대해 “전문가 단체로서 객관적 검토를 거쳐 2주 정도 후에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신경과·예방의학·감염내과, 필요하다면 수의학과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위험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광우병 소의 위험성 자체에 대해선 “2008년 6월 광우병 대란 당시, 전세계에서 광우병으로 진단된 소는 약 19만 마리였지만 그 중에 미국 소는 불과 3마리, 그나마 한 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였다” 면서 “이 같은 사실을 당시 언론과 의협이 국민에게 알렸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노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사회에서 존중 받아야 할 의사의 신분이,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되어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르는 소위 ‘교도소의 담벼락을 걷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 현실”이라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의료현실을 맞게 된 가장 큰 책임자는 정부도, 국민도 아닌 바로 우리 의사들 자신이라는 점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집행부의 목표는 의사가 존중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만들고,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