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섹스 테크닉일수록 아이 컨택트!
침대에서 끝내주는 여자가 되는 덕목으로 사람들은 흔히 미칠 듯이 신음을 내지르고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입가와 손에는 타액을 잔뜩 묻혀가며. 내숭떨지 않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왜 여전히 지루하게 느껴지는 걸까. F컵 가슴이
아닌 바에야 이 정도 자세면 충분하잖아? 뭘 더 바래, 라며 이쯤에서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다.
답부터 말하자면 상대방과 제대로 눈 마주치기가 빠졌다. 수많은 섹스 지침서에
소개된 추천 침실 테크닉 중 하나로 남자의 무릎 위에서 춤추기를 예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걸 끝장나게 멋지게 하려면 파트너와 아이 컨택트를 하면서!, 라는 전제를
붙여놓은 곳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진지한 눈빛 교환은 화려한 침대 스킬일수록
필수 전제 조건이다. 아니, 섹스하다말고 아이 컨택트라뇨. 원래 사람 눈 똑바로
쳐다보는 거, 한국식이 아니잖아요?, 라고 우겨도 소용없다. 뭐, 예외는 있는 거라고
사실 키스하며 눈을 마주치는 건 항상 꽝이긴 하다. 나 역시 내 남자가 위에서 열심히
몸을 움직이다 말고 키스할 때 슬며시 눈을 떴다가(보통 딴 생각을 하면 눈이 떠진다)
시선이 마주쳐 분위기가 얼어붙은 적이 몇 번 있으니까.
또, 섹시한 아이 컨택트가 비단 섹스 부스터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커플의
침실 친밀도를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섹스 도중 파트너와 시선 맞추기는 아주 좋은
바로미터다. 그런 점에서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인터코스 도중 시선 맞추기는 의무지
미덕은 아닌 셈이다. 이 시기에 상대방의 눈을 통해 자신의 몸 외의 다른 무언가-예를
들면,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들여다보길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니까. 또, 커플의
릴레이션십에 확실히 불을 붙일 만한 아이 컨택트는 아무리 오래된 연인이라도 좀
더 미묘하게 끈끈한 관계 베이스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서로 자위를 하며 시선
교환하기 같은 것. 비슷한 느낌으로 오럴 섹스 후 서로의 체액 냄새를 풍기며 눈을
마주한 채 얼굴을 핥기 정도가 있지만 역시, 차원이 다른 종류다. 방에서 혼자 춤추다
가족에게 들켜도 부끄러운데, 하물며 자위를, 그것도 애인과 서로 마주보며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당연히 임팩트는 어마어마하지만 무엇보다 자위를 하면서 아이
컨택트를 어떻게 병행할지가 관건이다.
일단 상대방을 강렬하게 바라본다. 갓 데뷔한 무대 위 아이돌 멤버처럼 카메라를
잡아먹을 것 같은 아이 컨택트가 아니라 당신이 너무 섹시해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어요, 라는 눈빛이다. ‘난 섹시해!’의 자아도취형 눈빛이 아닌 상대를 추켜세우는
아이 컨택트 연출은 역시, 연습만이 살 길이다. 어떻게? 거울을 통해서. 먼저 한쪽
눈을 가리며 각각 1분 정도 거울 속의 자신의 눈동자를 응시한다. 눈동자를 통해
스스로의 섹시함을 토해낸다는 느낌이 포인트. 그런 다음 파트너와의 원활한 피드백을
대비해 다양한 얼굴 표정과 눈 운동을 한다. 별로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은 아니지만
때를 정하면 귀찮아지는 게 사람 심리다. 면도를 하다가 혹은 이를 닦은 후에 틈틈이
연습해볼 것. 꾸준한 개인 연습으로 눈빛만은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이 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투자 아닌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특히나 침대에서는 더더욱.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