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아’를 듣고 싶다면, 깨물기
윤수은의 핑크토크
내 인생에서 깨물기의 섹슈얼 파워를 본격적으로 인식한 것은 고등학교 때다. 당시 무용 선생님이 스카프를 즐겨 매셨는데, 그녀가 스카프를 매고 올 때마다 반 아이들이 애인이 또 선생 목을 깨문 것 같다며 수군거렸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녀의 스카프 안쪽의 순흔이 실재했는지는 여전히 알 길이 없지만 깨물림이 풍기는 사랑의 아우라엔 확실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 트와잇라잇 시리즈만 봐도 그렇다. 뱀파이어와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로 무려 3편까지 단물을 빼낸 이 영화는 깨물림에 대한 아찔한 욕망이 저변에 깔려있기에 계속 긴장감이 유지된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물론 세기가 지나치면 피부가 찢어질 위험성 때문에 깨물기 사랑법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타고난 것과 상관없이 노력하면 누구나 다 잘 해낼 수 있는 보편성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것.
깨물기처럼 상대방을 위해 ‘던지는’ 애무는 섹스 숙련도와 상관없이 열심히 준비하고, 찾으면 반드시 파트너로부터 진심의 ‘우’, ‘아’를 받는다. 반면에 서로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애무-예를 들면 69자세-는 항상 옳긴 하지만 옳은 것이 반드시 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벽은 일단 섹스 재능이다. 커플이 함께 스케이트를 열심히 탄다고 해도 모두 다 올림픽 페어 금메달리스트 급의 스케이팅을 하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분하지만 섹스를 포함한 세상 모든 일에는 타고난 재능의 벽이란 게 반드시 있다. 게다가 상호 애무는 타고난 테크닉 능력 외에 상대방과의 교감이라는 어려운 관문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서로 주고 받는 잽으로 무드를 고조하기보다 자신의 원투 펀치로 섹스 분위기를 이끄는 게 마음 편한 이라면 더더욱 이 깨물기에 집중해야 한다.
사랑의 깨물기는 회심의 훅이니만큼 변죽 두드릴 것 없이 건드리면 파트너가 달아오를 것 같은 부위부터 깨문다. 물론 피부를 찢을 정도로 세게 물거나 긁으면 안 된다. 기뻐서 신음이 나와야지 아파서 소리가 나온다면 곤란해요. 뱀파이어는 항상 목 옆선을 공략하지만 섹스를 위한 깨물기는 목 뒤쪽, 헤어라인을 따라서 시작한다. 허벅지 안쪽 사타구니를 파고드는 것은 초심자의 필수 코스. 무릎 뒤, 겨드랑이, 발가락 같은 예상치 못한 곳을 핥고 깨무는 당신은 이미 섹스 상위 레벨이다. 페니스의 귀두처럼 아주 섬세한 성감대를 제외하곤 몸의 넓은 면적은 조금 거칠게 물어도 괜찮다. 상대방을 깨무는 것도 부위 따져가며 해야 하나 라고 벌써 귀차니즘이 슬슬 발동하는 당신이라면 다음 두 가지 룰만 기억하길: 튀어나온 부분은 빨아들이며 물고, 움푹 파인 곳은 혀끝으로 찌르며 깨문다. 그 다음은 어떻게? 창의적으로! 그리고 섹시하게!
깨물기가 야성적(혹은 야생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스킬이라지만 간혹 어울리지 않는 노이즈로 인해 섹시한 매력이 반감되는 케이스를 봤다. 특히 일본 포르노물인데, 내가 본 거의 모든 일본 성인물 속 남자배우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을 이로 물고 핥고 빨 때 돼지 소리를 낸다. 정말로. 나는 처음에 그들이 그 부분의 신에만 특수 음향 효과를 집어넣은 줄 알았다. 남자배우가 여자배우의 성기 위로 이를 드러내가며 첩첩거리는데, 정말 돼지가 구유에 대가리를 박고 여물을 먹는 소리와 무엇이 그리 다른지 모르겠다. 그네들의 침대 문화 코드에는 그 돼지 여물 먹는 것 같은 소리가 꽤 당기는 요소인가 보다, 라고 넘어가야지 뭐.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다잖소.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