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산부인과 죽이기?
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반대’ 공동성명
보건복지부가 적극 추진 중인 포괄수가제(DRG)의 확대 방침에 대해 일부 의료계가
20일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이날 ‘적절한 보완 없는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냈다.
이들 의료단체는 성명에서 “4개 과, 7개 질병군에 시행돼 온 선택적 포괄수가제를
국민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당연 적용하겠다는 것은, 인구 노령화에 따른 의료비
상승을 이와 연관 없는 7개 질병군에 전가시키겠다는 비합리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또 “특히 저출산 상황으로 이미 어려움에 처한 산부인과의 위기 상황을 더욱
심화해 인구 노령화를 가속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 현재의 포괄수가제 선택시스템 아래서 의원급이 60% 가량 참여함에도
불구하고, 상급 종합병원은 단 한 곳도 포괄수가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고위험군
환자 진료에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포괄수가제는 중증도에 대한 분류가 심각하게 부실한 상태여서 상급종합병원까지
당연 적용할 경우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에 대한 진료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반영돼 있는 사례로는 중환자실 입실이 필요하거나 전치태반,
임신성 고혈압,산후출혈, 조기진통, 다태아, 자궁내막증, 심한
골반내유착 등으로 높은 위험 상태에 놓인 환자들을 꼽았다.
두 단체는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질병군에 제왕절개와
자궁수술이 포함되는 등 악성수술을 뺀 거의 전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 의료
발전의 저해 등 문제점을 감수하며 오로지 진료비 감축만을 위해 도입하려는 포괄수가제의
폐해를 산부인과가 왜곡적으로 편중돼 받게 됨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산부인과 유관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예외 조항과 개선책을 마련하길”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02년부터 7개 질병군(세부 질병 52개)에 시험 적용해 온
포괄수가제를 2013년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포괄수가제란 입원환자의 특정 질병에 대해 미리 정해놓은 진료비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예컨대 맹장수술엔 얼마, 백내장수술엔 얼마 하는 식으로
진료비를 매기는 방식이다.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각각의 진료행위에 진료비를 따로 매기는 행위수가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달 26일 ‘한국 의료의 질 검토 보고서’를
내놓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개선점으로 포괄수가제(DRG)의 확대, 예방을 위한 강력한
1차 의료체계 구축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