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지을 땐 타자치기 쉬운 글자 선택하라

조현욱의 과학산책

키보드 오른 쪽의 글자로 된 이름에 호감

회사나 브랜드, 상품, 혹은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생겼다. 좋은 인상을 주려면 컴퓨터 자판 오른쪽에 있는 문자가 많이 들어 있는 단어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주 ‘심리작용학 회보(Psychonomic Bulletin & Review)’에

실린 연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예컨대 ‘Fred’처럼 자판 왼쪽에 있는 알파벳으로

구성된 단어보다는 ‘Molly’처럼 자판 오른쪽 알파벳으로 구성된 단어가 좋다.

런던 유니버시티 대학과 뉴욕 뉴스쿨 대학의 연구팀은 영어·스페인어·네덜란드어의

여러 단어에 대한 인상을 자원자들에게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자판 오른쪽 알파벳이

많이 들어간 단어에는 긍정적인 느낌을, 그 반대의 단어에는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

경향이 드러났다. 이런 현상은 세 언어 모두에서 평가자가 왼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인가와는

관계없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쿼티(QWERTY)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영어권에서 널리 쓰이는

쿼티 자판으로 호감도를 검사했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greenwash’(주로

자판 왼쪽에 있는 알파벳을 사용) 같은 신조어나 “LOL”(자판 오른쪽 알파벳만 사용)

같은 약자에서 나타났다. ‘greenwash’는 ‘돈세탁’, ‘LOL’은 ‘lots of love(사랑을

듬뿍 보낸다)’란 뜻이다. 연구팀은 자판 오른쪽에 있는 글자가 타자를 치기 더 쉽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으로 추정했다. 쿼티 자판에서 왼손은 15개의 알파벳을

맡고 있지만 오른손은 11개의 글자만 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그런가 하면 전화번호를 새로 정하는 사람들도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생겼다.

좋은 느낌을 주는 번호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연구팀이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예컨대 휴대전화에서 번호 ‘5683’을 누르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 ‘LOVE’를

마음속에 떠올린다는 것이다. 자판에서 L은 숫자 5에 해당하고 O는 숫자 6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자판에서 숫자만 보이게 만든 휴대전화를 자원자들에게 건네준 뒤 친구·사랑·공포

등의 단어에 해당하는 일련의 숫자를 누르게 했다. 그리고 각각의 번호로 전화를

건 느낌을 물은 결과 무의식 중에 그 번호에 해당하는 단어를 마음속에 떠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직종에 따라 알맞은 번호도 따로 있다. 자선모금 단체는 ‘GIVE(주다)’에

해당하는 번호 4483이, 투자 자문회사는 ‘wealth(부)’에 해당하는 932584가 좋다는

것이다.

조현욱 미디어 본부장· 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 (poemloveyo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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