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로 수명 예측가능” 동물실험서 확인
생후 25일에 추출한 표본이 가장 정확
당신의 수명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수명을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은 개체가 아주 어릴 때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몸 길이 11cm 인 작은 관상용 새인 금화조 99마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이들 새의 혈액 표본을 주기적으로 채취했는데 새들의 생존 기간은 210일~9년이었다.
그리고 새들이 모두 죽은 뒤 혈액 표본을 다시 검사했다.
그 결과 금화조가 생후 25일됐을 때의 표본에서 추출한 텔로미어가 수명을 가장
잘 예측하는 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텔로미어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 가닥의
양쪽 끝에 붙어 있는 꼬리로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모두 닳아 없어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거나 기능이 망가진다. 조직과 장기의
기능도 이에 따라 저하된다.
연구팀을 이끈 팻 모나한 교수는 “이번 연구가 기존의 연구와 다른 점은 개체들을
생애 초기부터 죽을 때까지 추적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규모의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다. 모두 사망한 뒤에 결과를 분석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에게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그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길면 세포의 수명도 더 길어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브릿 하이뎅거 박사는 “흥미로운 점은 생후 25일라는 이른 시기에
텔로미어를 이용해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갖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환경과 유전이 수명에 어느 정도씩의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할 차례”라면서
“만일 환경적 요인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 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
“텔로미어가 강력한 예측 인자이기는 하지만 예측은 예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텔로미어의 길이를 보고 수명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면서
“다만 확률적 추정이 가능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활 양식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여성의 경우 10년, 남성의 경우 5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10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으며 미국 방송 폭스뉴스가 같은 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