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격렬한 운동 직후에 급상승한다
빠르고 강하고 지속적인 효과 확인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길 뿐 아니라 기억력도 좋아진다.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생리학과 연구팀이 10월 24일 ‘생리학과 행태(Physiology & Behavior)’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연구팀은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앉아서 지내는 남자
대학생들을 모집해 격렬한 운동을 시킨 뒤 기억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스크린에 얼굴 사진과 이름이 줄지어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을 보았다. 이들은 잠깐 쉰 뒤 앞서의 사진들이 스크린을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각각의 이름을 기억해내는 시험을 치렀다.
연구팀은 그 후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30분간 실내 자전거를 타게
했다. 자전거 타는 속도는 점점 빠르게 해서 완전히 지치게 만들었다. 나머지 집단은
30분간 가만히 앉아있게 했다. 이어 기억력 시험을 다시 치렀다. 그 결과 운동을
한 학생들은 처음에 검사했을 때보다 뚜렷하게 점수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만히
앉아있던 학생들은 점수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실험을 치르는 동안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계속 채취했다. 그 결과
운동 집단의 기억력이 올라간 생물학적 이유가 드러났다. 격렬한 운동을 한 그룹은
운동 직후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라 불리는 단백질 수준이 뚜렷이 높아졌다.
뇌에서 생성되는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만히
앉아있던 그룹은 단백질 수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BDNF 수준이 높아진 것이 기억력과 기억한 것을 다시 떠올리는
능력이 개선되는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달 브라질 과학자들이 발표한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연구팀은 늙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들쥐들을 하루 5분씩 달리기 운동을 시켰다.
일주일에 4~5회씩 4주간 운동을 시키자 뇌의 기억담당 부위에서 BDNF 단백질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한 늙은 들쥐는 기억력 테스트에서 훨씬 젊은 들쥐와
거의 버금가는 성적을 냈다.
지난 달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 및 행동과학부의 아마드 살레이 교수가 ‘병진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그는 45~65세의 항공기 조종사
144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장치 속에서 항공기를 운전하는 시험을 2년간 3차례
치르게 했다. 그 결과 BDNF의 활동성을 저해하는 변이유전자를 지닌 조종사들은 세월에
따른 조종실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살레이 교수는 “BDNF는 기억력뿐 아니라 숙련 기술을 수행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BDNF는 이런 능력에 가장 크고 빠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달 30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