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하면 독감 예방주사 효과도 떨어진다
항체 줄어드는 속도 빨라, 주사 두 번 맞아야 할 수도
날씨가 싸늘해지면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비만
상태에서 예방주사를 맞으면 일반인에 비해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살이 찐 사람들이 독감에 걸리면 병세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비만이 독감 예방주사의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독감 예방주사는 기본적으로 몸 안에 그
해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비만이건 정상체중이건
간에 일단 예방주사를 맞으면 이런 항체가 형성된다. 문제는 비만인 사람들의 경우
한 번 형성된 항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는 데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예방주사를 맞은 뒤 11개월이 지났을 때 비만 환자들 중 절반가량이
항체 숫자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나타냈다. 반면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은 불과 25%만이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또 비만인 사람들의 몸에서는 독성 물질을 분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
세포 등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CD8+티세포(CD8+ T-cells)의 기능도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D8+티세포는 몸의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림프구 가운데 하나다.
이런 영향 때문에 비만 환자들에게는 각별히 독감 예방주사를 두 차례 이상 놓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견해다. 보통 2차에 걸친 예방 접종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과 노년층에게만 주로 권해진다. 그러나 비만 환자들의 면역력도 이에
못지않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초가을에 한 번, 이듬해 1월에 한 번 등 두 차례에
걸쳐 주사를 맞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종합 체중조절 프로그램(Comprehensive Weight Control Program) 설립자이자
이사인 루이스 애론 박사는 “과체중이나 비만 계층은 노년층이나 어린이처럼 면역력이
약한 또 하나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면서 “이들에게 2차에 걸쳐 주사를
놓아야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비만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최신호에 실렸으며
미국 의학뉴스 사이트 헬스데이가 2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