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약이 신약보다 더 안전할 가능성

신약은 부작용 검증 안돼 오히려 위험할 수도

사람들은 새로 나온 약이 오래 된 약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가 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과 달리 오래 된 약이 신약보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보건정책 연구소는 최근 사람들이 약을 선택할 때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효가 대단히 뛰어난 약에만 허가를 내 준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25%는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FDA는 약의 기대 효과가 부작용에 비해 크기만 하면 약에 대한 승인을 내 준다. 즉

신약 승인은 신약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효과만을 기준으로 한 것일 뿐이지 과거에

개발된 약과 효과를 비교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약의 부작용은 실제 그 약을 수백만 명이 복용해 본 이후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가 개발한 관절염 알약 바이옥스(Vioxx)다.

이 약은 1995년 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얻었지만 약을 복용한 수만 명의 환자들이

심장 질환을 일으켰다. 결국 머크는 이 약 때문에 집단소송에 휘말렸고 바이옥스

판매를 자진해서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따라서 부작용이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신약보다 오랜 소비를 통해 약효와 안정성이 검증된 약들이 오히려 부작용의 위험에

덜 노출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견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약을 고를 때 약효에 대해 충분한 설명만 제공되면 현명하게

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해 봤다.

첫 번째로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두 종류의 심장약을 제공한 뒤 “하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병 위험까지 줄이는 반면 나머지 하나는 콜레스테롤 수치만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참가자들의 대부분(71%)이 심장병 위험까지 낮춘다고 소개된 효과

높은 약을 선택했다.

하지만 약의 승인 시기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면 사람들은 이에 영향을 받아 현명한

선택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1년과 2009년에 각각 승인된 속쓰림

치료제를 참가자들에게 제공한 뒤 “신약은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해 줬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설명이 제공됐는데도 2001년 승인된 오래된

약을 선택하는 사람의 비중은 전체의 절반이 조금 넘는 53%에 그쳤다. 또 이 설명을

없애고 약을 선택하도록 할 경우 오래 된 약을 선택한 사람의 비중은 34%로 뚝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의사들부터 신약일수록, 또

가격이 높은 약일수록 효과가 더 크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사들의

이런 편견은 대부분 제약 회사의 마케팅에 영향을 받아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의학 학술지 ‘내과학 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렸으며 미국 방송 MSNBC 온라인판이 19일 보도했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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