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 18세는 1800년대엔 22세
영양 좋고 질병 줄어 신체 성장 속도 빨라져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요즘 애들은 확실히 조숙한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실제 ‘요즘 남자들’은 과거에 비해 신체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통계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Demographic Research)는
18세기 이후 남자들의 신체 성숙도가 어떤 변화를 나타냈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1700년대 이후 다섯 개 국가의 사망률 통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사망률 통계가 사람의 성숙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사용된 이유는 ‘사고
절정(accident hump) 시기’라고 불리는 인류학적 통계 특성 때문이다. 남자는 보통
사춘기 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 목소리가 변하고 성적으로
아이를 생산할 능력을 갖게 되는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그리고 인생 주기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시기에 남자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될수록 무모하고 용감한 행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춘기 후반을 인류통계학에서는 ‘사고 절정 시기’라고 부른다.
따라서 시대마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숨지는 연령대를 살펴보면 그 시대 남자들이
언제 성적으로 성숙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1700년대 이후 남자들의 사고
절정 시기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 1700년대 이후 남자들의 성숙도는 10년마다 2.5개월씩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오늘날 18세의 남자라면 1800년대 22세에 맞먹는 성적인 성숙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성장 속도가 이처럼 빨라진 원인으로 영양 섭취 상태가 좋아진 것과
질병이 감소한 것 두 가지를 꼽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나 사회활동이 활성화된
것은 남자의 성장 속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견해다.
연구팀은 “육체적으로 빨리 성숙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도 바로 성인으로 대접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남자들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어 사회적 성인으로 대접받는 연령대는 최근 들어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육체적 성숙과 사회적 성숙 사이의 격차가 과거에 비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소아청소년과 전문 계간지 ‘건강한 어린이(Healthy Children)’에
실렸으며 미국 건강 뉴스 사이트인 헬스데이가 23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