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치료 신기원”…난자 수정 과정 밝혀
난자는 정자 만나면 끈적끈적하게 변해
난자가 정자를 만났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 수정을 하는지에 대한 보다 진전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주리 대학교를 포함한 영국, 홍콩, 대만 공동 연구팀은
난자가 정자를 만나면 표면을 끈적거리게 만들어 정자를 붙잡아 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가 진척될 경우 불임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의견이다.
정자는 머리 쪽에 있는 단백질을 통해 난자의 위치를 찾는다. 이 단백질은 난자
겉 표면의 특정 당질(sugar)을 인식할 수 있어 난자가 어디 있는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자는 난자와 결합하기 위해 난자의 표면 부분에 붙어야 한다. 문제는
정자가 난자에 잘 붙어야 수정이 잘 되는데, 이때 난자가 끈적거릴수록 정자가 난자에
붙기가 쉬워진다.
연구팀이 새로 발견한 것은 난자의 표면에 당 사슬(sugar chain)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당 사슬은 세포의 끝에 붙어있는 털 같은 구조물이다. 이 털은 세포에서
일종의 안테나 같은 역할을 한다. 외부의 자극을 인식하고 식별하며 다른 세포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난소의 표면에 있는 SLeX라고 불리는 당 사슬을 발견했다. 이 당 사슬이
정자를 만나면 난소의 표면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정자를 잘 붙잡아 둔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의학적으로 불임의 원인은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 어렵다. 배우자 가운데 한 쪽이
정상적인 생식 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해 임신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감염 등으로
난관이 손상돼 임신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상인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자와 난자가 제대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난자가 정자를 붙잡아두는 과정을 더 정교하게 밝혀낸다면 불임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치료 수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기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임 연령대 가운데 불임으로 고생하는
가정의 비율은 약 15%에 이른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Journ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으며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