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남자들 사고로 죽기 쉽다

미국 ‘용기의 전통’ 강한 지역 事故死 많아

터프함과 용감함은 흔히 ‘남성다움’으로 여겨진다. 마초 기질이 있는 남자들은

용기를 하나의 미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통계학적으로 볼 때 용감한 남자일수록

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명예의 문화(culture of honor)’를 숭상하는 전통이 있는 지역일수록

사고사(事故死)의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명예의 문화’란 인류학자와 사회학자들이 규정한 용어로 ‘용감함’을 미덕으로

하는 대표적인 남성 문화다. 원래는 스페인 산간 지역이나 시실리 지역 남자들의

문화를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유난히 남부 지역에서 이런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다. 실제 19세기까지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당하고, 그 모욕을 취소하라고 경고했는데도 상대가 응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를 살해해도

유죄로 판결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을 때 남자가 그들을 살해해도 범죄로 보지 않는 법도

있었다.

최근까지도 텍사스를 비롯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와이오밍 등 미국 남서부 지역에는

이런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다. 또 이런 문화를 가진 지역 남자들은 전통적으로 번지점프를

하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신체적으로 위험한 일을 감수하는 경향이 높다.

연구팀은 최근 이들 ‘명예의 문화’가 있는 남부 지역 주민들과 이런 전통과는

거리가 먼 뉴욕,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 미국 북부 및 중서부 지역 주민들의 사고

사망률을 비교했다. 사고 종류로는 차 사고와 익사, 과로사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명예를 중시하는 남부지역 도시 주민들의 사고 사망률은 북부 도시에 비해 14%가량

높게 나타났다. 남부 시골 주민들의 사고 사망률은 북부 시골에 비해 19%나 높았다.

또 매년 7000명 이상이 이런 명예 중시 문화와 관련된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명예의 전통이 발달한 미국 남부지역 사람들은 위험한 상황으로 자신을

내모는 것을 ‘힘과 용기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사회심리학과 성격 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저널에 실렸으며 미국 과학뉴스 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가 15일 보도했다.

    이완배 기자
    khue 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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