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박테리아 1400종? “난센스”

‘균주’를 ‘종’으로 오역한 데 불과

지난 사흘간  거의 모든 매체에 “인간 배꼽에서 1400종 변종 박테리아 발견”이란

엉터리 뉴스가 실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미생물

연구팀은 ‘지원자 95명의 배꼽에서 표본을 채취, 분석한 결과 총 1400여 종의 변종

박테리아가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662종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견된 박테리아 변종 가운데 약 80%는 인체의 피부에서 흔히 서식하는

약 40종의 박테리아에서 변이된 것들로 대부분 인체에 무해한 박테리아들이었다.”

하지만 이는 미생물학의 상식에 반하는 엉터리 내용이다.

우선, 2009년 5월 미 국립인간게놈연구소의 줄리아 시그르 박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자. 이에 따르면 인간의 피부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의 종 수는

약 1000종으로 확인됐다. 1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발바닥에서 배꼽, 이마에 이르는

20곳의 피부를 분석한 결과다. 10명을 평균한 결과 팔뚝에 가장 많은 44종이, 귀

뒤 피부에 가장 적은 19종이 각각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배꼽에 변종 1400종’이라는 뉴스가 느닷없이 등장한 것이다.

확인해보니 기사의 인용출처인 데일리메일에는 ‘변종(variety)’이 아니라  ‘균주(strain)’로

명기돼 있다. 균주란 다른 세균과 분리해서 순수 배양한 세균의 특정 집단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변종과는 관계없는 용어다. 기사를 살펴보면 균주는 1400 종이지만

생물분류상의 종(種:species)으로는 대략 80종 쯤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1400종이란

수치 자체가 사람의 배꼽에 사는 균주의 평균 숫자도 아니다. 95명의 균주를 합친

것이다. 사람이 다르면 배꼽이든 겨드랑이든 그곳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종류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만일  95명이 아니라 9500명의 배꼽을 조사했다면

균주의 수는 5만~10만종에 이를 지 모른다. 그때는 “10만종 발견”이라고 보도할

것인가.

또한 “약 80%는 인체의 피부에서 흔히 서식하는 약 40종의 박테리아에서 변이된

것들”이란 내용도 오류 연속이다. 40종에서 ‘변이된’ 것이 아니라 40종에 ‘속하는(belong

to)’ 것이다. 또한  ‘80%’가 아니라 ‘53%’가 맞다. 1400종에서 소위 ‘새로운

종’이라는 662종을 제외하면 기존 40종에 속하는 738종이 남는다. 이는 1400종의

80%가 아니라 53%다.

또한  “새로운 종이었다”도 과장이다. 원문은 ‘could be’, 즉 “새로운

종일 수도 있다”란 뜻이다. 다시 말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런 오류가 한 두 매체에 실수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사흘

내내 수십종의 매체에 마치 복사본처럼 그대로 반복됐다.

우리 언론은 그동안에도 ‘바퀴벌레 아이큐가 350’이니 ‘미확인 폐렴 전국 확산’같은

엉터리 보도를 계속해왔다. 도대체 언제가 돼야 ‘과학적 상식’이나 ‘건전한 상식’이

보도지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것인가.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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