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신현호의 의료와 법
지역 미인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수경(25, 가명)씨는 신춘문예에
당선될 정도로 글 실력도 좋아 작가로서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학업에 열중하고 싶다며 외국으로
돌연 유학을 가버렸습니다. 수경 씨는 충격으로 두문불출하며 술과 약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수경 씨 부모님은 작가라는 특성상 딸이 방에서 습작을 하는 것으로만
알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딸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모는 수경 씨를 정신과 폐쇄병동에 강제 입원시킨 후에야 딸이 심한 우울증으로
주의 집중능력, 주의 지속능력, 판단력, 문제 해결능력, 추상적 사고능력 등 고등정신기능이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의사는 그대로 방치하면 ‘정신분열병(Schizophrenia)’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으니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수경 씨 부모는 “조금 더 일찍 딸의 증상을 알았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탄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는 “지금이라도 데리고 와서 다행이다”며
“자폐적 사고로 언제 자살을 시도할지 몰랐다”고 위로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진실 이은주 박용하 장자연 등 인기를 누리던 배우들,
그리고 아나운서 송지선, 인기가수 채동하 등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대부분 심한 우울증에 걸렸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일시적 충동으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이들이 유명스타가 아니었다면,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아니었다면
제때에 치료받아 지금도 사회활동을 했을 것입니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이로 인한 삶의 의욕상실을 나타내는 증상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치료를 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하지만 방치하면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매우 심각한 질병이기도 합니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밤에 잠을 못이루는
불면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불안증세와 업무지장을 호소합니다. 3분의2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합니다.
우울증은 실연, 부도, 과도한 경쟁 등 환경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지만 가족 중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발병률이 높아지는 유전적 요인도 있습니다. 친한 사람이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거나 급격히 몸무게가 줄고, 무기력감을 보일 때는 정신과
진단을 권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감기나 배탈처럼 가벼운 질환도 아니고 암처럼 중증의
불치병도 아닌 일시적인 병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의 깨달음이 절실한 때입니다. 자살은 무조건 규탄할 악도 아니오, 삶이
힘들 때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도 아닌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인식전환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