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폐렴’ 과장 보도 유감
불안감 키우는 선정적 상업주의
미확인 폐렴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선정적 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8명의 폐렴 환자 중 7명이 임산부였고
그중 한 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9일 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혹시 신종 유행병이 번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를 가질만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불안감을 부추기는 보도는 11일 쯤에는 마무리를 지었어야 한다.
첫째, 환자들은 이 대학병원에서 집단발병한 것이 아니다. 전국 각지의 병원에
갔던 환자들이 증세가 악화되면서 호흡기 관련 명의가 가장 많은 이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다.
둘째, 11일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 있었다. 애초에 환자가 발생했던 지역에서
후속 환자가 전혀 생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해당 질환이
무엇이든 전염성이 극히 낮다는 증거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20종의 병원체
존재여부를 검사한 결과 오직 한명에게서 흔한 감기 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여러 언론이 “가족간에는 전염될 수 있다”, “현재 4명의 아이가
미확인 급성 폐질환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원인 미상의 급성 폐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식의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사망자가
더 있었고 환자도 계속 발생 중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무의미한 정보를 마치 위험한 것처럼 포장한 데 불과하다.
첫째, 원래가 폐렴은 대형병원 중환자실 입원자의 주요한 사망원인의 하나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의 폐는 염증이 발생하기 매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2009년의
경우 전체 폐렴 사망자는 6300여 명에 이른다.
둘째, 폐렴은 아주 흔한 병인데다 국내에서 발생한 폐렴의 30%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넘어간다. 폐렴의 원인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주종을 이루지만 곰팡이,
기생충, 혹은 화학적 화상이나 물리적 부상도 원인이 된다. 가래 등을 검사한 결과
흔한 병원균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미확인 폐렴의
사례를 다 모으면 수천, 수만건이 될 것이다. 이를 찾아내 보도해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셋째, 감염성 질병이 가족간에는 더 쉽게 전염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여전히 위험하다”는 억지 주장을 펴려는 의도 외에는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질병의 위험을 과대포장하는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는 뿌리 깊은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보도가 대표적 사례다. ‘뇌 송송 구멍 탁’은 아직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폐렴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위험을 팔아서
독자나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는 상업주의가 아니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치매성 불안유발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론은
최근 몇 번이나 과장보도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가 전문가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치매가 아니라면 이 사실을 금세 잊어버릴 리가 없다.
또 의학계의 주류적 견해와 보건당국의 해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과학적 경마보도를
되풀이하는 것도 “치매성 불안유발증”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조현욱 미디어콘텐츠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