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비만을 예방하는 약
[칼럼]조현욱 미디어콘텐츠본부장
비만한 임신부는 과체중 아기를 낳기 쉽고 그런 아기는 자라서 비만 성인이 될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태아 단계에서부터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임신부에게 태아의 비만을 예방하는 약을 먹이는 국가 차원의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8일 선데이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실험은 영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Service)이 시행 중이다. 리버풀 등 3곳의 병원에서
체질량 지수 30이 넘는 비만 임신부 수백명에게 메트포르민을 투여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혈중 농도와 체내 인슐린 생산량을 낮춰주는 당뇨병
약. 이를 통해 태아가 흡수하는 포도당과 지방 등의 양을 줄이자는 것이 실험의 취지다.
신생아의 체중이 4.5kg을 넘으면서 체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경우 나중에 심각한
비만이 될 위험이 크다. 이는 보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된다. 게다가 비만한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아기를 사산하는 일이 5배나 많다.
이번 실험에 관해 건강보험의 문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성인 비만의
뿌리가 출생 당시나 그 이전의 태아 시기에 있으며, 자궁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 출생시 과체중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나중에 비만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만한 임신부가 늘고 있어 이 같은 건강 위험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긴급히 개입할 필요가 있다.”
실험책임자인 제인 노먼은 “출생시 체중과 사후의 비만 간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팀 자문의사인 시오반 퀜비는 “과도한 식욕을 갖게 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는 과체중인 모체의 자궁내 환경에 의해 켜진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임신부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을 꺼리지만 메트포르민은 안전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050년이 되면 영국인 두명 중 한명은 심각한 과체중이
되고 이 탓에 건강 및 사회서비스 등의 비용으로 연간 450억 파운드(약 800조 원)가
들어갈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주의: 메트포르민은 글루코파지라는 상품명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쓰이고 있다. 콩팥에 이상이 없는 제2형(성인) 당뇨병 환자 중 비만한 사람에게 주로
사용된다. 임신부나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는 투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