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런 봄 날씨 ‘설사 감기’ 유행

으스스 찌뿌드드하다 ‘화장실의 콜’

제약회사 임원인 A씨(50)는 최근 사흘 동안 ‘초주검’을 경험했다.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하는 ‘설사의 반란’ 때문. 밀린 일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출근할까’라고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난생 처음 결근했다. 2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술을 마셔서 별명이

‘폭탄주’인 A씨는 “혹시 간 때문?”이란 생각에 오후에 병원에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감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 설사를 동반한 감기 환자가 유독 많습니다.”

A씨는 “감기라니요, 저는 감기 안 걸리는 체질입니다. 알코올 때문에 바이러스

못 삽니다”라고 우겨 혈액검사를 받았지만 소화기 기능은 멀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푹 쉬었더니 슬그머니

증세가 사라졌다.

아카시아와 라일락의 짙은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화창한 날씨와 봄비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갈마들며 감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올해는 유독 창자를 끊임없이 뒤트는 ‘설사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감기가 나타나는 유형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다르다”며 “어떤 때에는 콧물이 심하고 어떤 때에는 몸살이 심한 것처럼

최근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설사를 동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에 따르면 감기 자체가 원인이 돼 설사를 하기도 하고 감기와 장염이 겹치기도

한다.

설사감기 역시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데 평소 술, 담배, 스트레스 등으로

온몸의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이 잘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몸이 찌뿌드드하거나

으스스 오한을 느끼고 나서 화장실의 잇단 ‘부르심’을 받는다.

‘설사 감기’가 바이러스 변종 때문에 나타난 신종 감기는 아니다. 보통 때에도

감기에 걸리면 바이러스에 따라 콧물 기침 두통 등과 같은 일반적 증세 외에 구토,

설사, 복통 같은 소화기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창자가

예민해서 설사를 동반하곤 한다.

강 교수는 “항생제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감기약을 먹고 설사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설사감기에 걸리면 감기와 장염을 동시에 치료해야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쉽게

지칠 수 있다. 장염의 주된 증상은 복통과 설사인데 초기에 잡지 않아 장기화되면

최대 몇 달까지 설사로 고생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는 설사가 심하면 탈수증세로

‘심각한 단계’까지 갈 수 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내과 김재준 교수는 “장염은 대부분 3~4일 정도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지만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며

“술이나 담배는 물론 자극적인 음식, 찬 음식, 지방이 많은 음식, 유제품이나 과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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