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여자, 연인 마음 못 읽어 실연한다
상대방 마음 헤아리는 능력 떨어져
우울한 감정이 계속되면 우울한 사람의 내면 뿐 아니라 연인과의 관계를 서서히
무너뜨린다. 우울함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감정이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부르는 ‘공감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연인이 서로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면 불화가 생기고 관계는 내리막으로 치닫는다.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교의 류마 가다시 연구원은 연인 가운데 한 사람이 우울해
할 경우 이것이 연인 관계에 미치는 영향, 특히 성별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결혼 또는 동거 경력 5년된 50쌍의 커플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우선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자들 가운데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뒤, 실험실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먼저 실험실에서 남에게 비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했다. 연구진은 커플들에게 먼저 어느 한쪽이 다른 파트너에게
도움을 청하게 하고 비디오로 대화 모습을 녹화했다. 대화를 시작한 지 6분이 되면
역할을 바꿨다. 도움을 청하던 사람이 반대로 6분간 부탁을 듣게 한 것이다.
대화가 끝나면 커플들은 녹화 테이프를 보며 자기가 생각하고 느낀 감정, 애인이나
배우자가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적어냈다.
연구진은 또 일상생활에서의 ‘공감의 정확성’을 알아보기 위해 커플들에게 21일
동안 하루에 한 번 일기를 쓰도록 했다. 일기에는 애인이나 배우자에게 가진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인지 등급을 매기게 했다. 이때도 자신이
직접 느낀 감정과 배우자가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모두 쓰게 했다.
두 가지 관찰 결과, 여자는 우울해 할수록 애인이나 배우자의 감정을 제대로 추측하지
못했다. 반면 남자는 우울하더라도 상대의 감정을 곧잘 읽고 파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커플들의 일기를 분석한 결과, 여자는 우울함에 빠져 자기는 물론 상대의
감정에 쉽게 무뎌졌고 남자 역시 여자의 감정과 생각을 짐작은 하면서도 그다지 공감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여자가 우울해하면 둘 사이의 관계는 쉽게 나빠졌다.
가다시 연구원은 “우울한 여자는 특히 자기 감정에 무뎌질 뿐 아니라 애인이나
남편의 감정도 살피지 않는다”며 “남자는 우울하더라도 상대의 감정을 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우울한 경우 둘 사이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다시 연구원은 “우울증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며 “특히 여자가
우울할 때는 혼자 치료 받지 말고 커플이 함께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연인이나 부부 사이를 오래 지속하고 우울을 떨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다음 호에 게재될 예정이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30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