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직장 선택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가업 잇는 경우 많아 성 이니셜 같은 건 당연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의미를 부여하고 좋은 이름을 주기 위해 애쓰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작명소를 찾아가기도 하는 우리나라는 물론, 아이가 본받았으면
하는 어른 이름을 대대로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2008년에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의 이니셜과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 직장을 친숙하게
여기고 그곳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벨기에의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유리 시몬손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반박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름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요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시몬손 교수는 2004년 미국의 정치자금 모금 캠페인에 참여한 기부자들과 그들이
다니는 직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자기 이름의 이니셜과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 직장에
몸담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2.5배였다. 그러나 시몬손 교수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이름 이니셜과 같은 친근한 글자로 시작하는 이름을 고르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몬손 교수에 따르면 헨리 포드(Henry Ford)가 F로 시작하는 직장에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F로 시작하는 직장을 고른 것이 아니라 자기 이름을 딴 회사를 창업했기
때문이다. 디즈니사를 만든 월트 디즈니나 월마트를 만든 샘 월튼 등도 마찬가지라는
것. 자기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인 경우 이니셜이 겹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스스로 창업하지 않더라도 부모나 조부모, 형제가 만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 당연히 성씨는 겹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몬손 교수는 “결혼, 이사, 직장 등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사람 이름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이름은 결정을 할 때 그냥 영향을 줄
수 있는 한 가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와인같은 물건을 살 때는 브랜드 명칭이라는
한 가지만이 결정 변수가 될 수도 있지만 자기 이름과 이니셜이 같은 동네로
이사하거나 단순히 이름 때문에 직장을 정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는 자기 이름인 유리(Uri)를 예로 들며 “개인적으로 U라는 글자가 친숙하긴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며 “결혼, 이사, 직장처럼 중요한 일을 정할 때는
이름 말고 수많은 요인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실렸고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1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