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치료 가능성 열린다
연세대 연구진, ‘멜라토닌-리튬’ 효과 확인
시력감퇴나 실명을 일으키지만 그동안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치료 가능성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안과 김응권-최승일 교수팀은 멜라토닌(melatonin)과
리튬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유발하는 산화스트레스와 TGFBI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고
23일 밝혔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검은자위에 흰점이 생기면서 실명을 유발하는 유전성질환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한 쌍의 유전자 가운데 한 쪽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를 가지는
경우를 이형접합자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약 12세부터 각막에 흰 점이 생겨 60세부터
급격히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김응권 교수팀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인 870명당 1명이 이형접합자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인이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미세현미경으로도 발견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형접학자가
시력교정을 위해 라식이나 라섹 등 레이저 수술을 받으면 상처로 TGFBI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각막이 투명성을 잃어 실명에 이르게 돼 수술 전 안과 또는 유전적 검사가
필요하다.
이형접합자와 달리 양쪽 모두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를 보유한 동형접합자는
6세 경 실명할 수 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산화스트레스 때문에 세포가 손상돼 나타난다. 산화스트레스는
노화과정을 설명하는데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사람이 음식을 섭취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이 산소가 산화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산화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세포에 노화와 질병을 초래한다.
이 병은 완치가 어려워 일단 진단받으면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면서 자외선
등 외부 자극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알려졌으나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 멜라토닌이
산화스트레스를 억제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험에서 멜라토닌은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PQ(paraquat, 파라콰트)시약에서
세포를 보호하고 마찬가지로 세포 손상을 가져오는 활성산소 수치를 감소시켰다.
실제 PQ 시약을 처리했을 때 정상세포는 83%,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세포는 62%로
생존력이 감소했다. 하지만 100 μM(마이크로몰) 멜라토닌을 미리 처리한 세포는
생존력이 향상됐다.
정상 각막세포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세포를 12시간 동안 50, 100, 300μM의
멜라토닌에 노출시킨 후 PQ 처리했을 때 정상 세포의 생존력은 각각 93%, 94%, 97%까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세포도 각각 86%, 87%, 89%까지
높아졌다.
리튬 역시 각막이상증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인됐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돌연변이에 의해 생성된 비정상적인 TGFBIp 단백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축적돼 나타나는데, 리튬은 비정상적인 TGFBIp 단백질 생성을 억제한다. 실험에서
세포에 리튬 10mM(미리몰)을 처리했을 때 TGFBIp 수치가 67%까지 줄었다.
김응권 교수는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나이가 들면서 악화되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금 치료법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치료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에 멜라토닌과 리튬의 잠재적 치료효과가 입증되면서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최승일 교수는 “멜라토닌과 리튬이 눈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TGFBIp 단백질을
생성을 억제했지만 아벨리노 유전자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했다”며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라식과 같은 시력교정술을 받기 전에 반드시 DNA 검사를
해 아벨리노 유전자 유무를 확인해야 실명과 같은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응권-최승일 교수팀은 리튬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으며, 앞으로 멜라토닌과 리튬에의
효용에 대한 동물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응권-최승일 교수팀의 연구는 각각 ‘송과체연구저널(Journal of Pineal Research)’
인터넷판과 ‘안과학과 시각과학 연구(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 인터넷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