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애인 있으면 일 더 그르친다
의존하게 돼 일하기 싫어하나 관계는 돈독
흔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응원하면 어떤 일이든 더 쉽게 이뤄낼 거라고 생각한다.
운동이나 공부도 애인 또는 배우자의 응원과 도움이 있으면 다 잘 될 것 같지만 오히려
일하기 싫고 의존심이 커져 뭐든 미루고 싶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 대학의 심리학자 그레이니 피츠시몬스 박사팀은 연구 지원자들을 모아
주변에 자기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실제 일의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 보는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52명의 여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도록 했다. 한 그룹은 운동 할 때 곁에서 남편이나 애인이 직접 도움을 줬다. 다른
그룹은 운동을 하면서 남편이 자기 일을 평소 도와준다고 상상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모두에게 다음 주에도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할 계획인지 물었다. 남편이 곁에서
운동을 도와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더 노력할 의지가 부족했다.
공부를 할 때도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공부할 의지가 약해졌다. 두 번째
실험은 74명의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 재미있는 퍼즐과 복잡한 학습
과제를 함께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애인이 곁에서 학습 과제를 잘 도와준 사람일수록
과제를 미루고 퍼즐을 가지고 놀았다.
피츠시몬스 박사는 “첫 번째 실험은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때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를, 두 번째 실험은 이런 환경에서 취하는 행동을 관찰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 현상을 ‘자기통제 의존(self-regulatory outsourc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기통제 의존이란, 목표를 이루려 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으면 정작 스스로
덜 노력하게 되는 현상이다. 기댈 만한 사람이 친구나 가족일 때도 마찬가지다.
피츠시몬스 박사는 “목표가 단순하면 누군가의 도움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목표가 여럿이고 복잡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에너지를
나눠 쓸 수 있다”며 “이 때는 애인이나 배우자의 도움은 큰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기가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헌신할 마음가짐과 책임감이
커졌다. 연구진은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배우자가 도와줬기 때문에 어려운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남편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않았다면 운동 하러 가지 못했을
것”이라거나 “남편의 응원이 없었다면 다이어트를 따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애인이나 배우자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깨달은 여자들은 애인과의
관계가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대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일을 그르치게
하면서도 애인이나 부부의 금슬은 더 좋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저널 최근호에 게재됐고 미국
과학논문 소개 사이트인 유레칼레트가 15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