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절제 최소화해도 생존율 차이없어
림프절 적게 제거해도 암재발 가능성 낮아
유방암 초기 환자라면 림프절을 많이 제거하지 않고 전이가 가장 빨리 되는 일부분만
제거하더라도 생존율이나 재발 확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림프절은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 등 몸 곳곳에 있는 면역 기관 중 하나다. 몸에
들어오거나 몸에서 생겨난 이물질이 혈관으로 흘러들어가기 전에 확인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거름망 역할을 한다.
미국 에모리 대학 그랜트 칼슨 교수팀은 ‘미국의학협회(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논문 발표를 통해 ‘감시 림프절 검사법’ 만으로도 충분히
조기 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115개 병원에서 평균 6년 4개월 동안 유방암 치료를 받은 8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몸의 조직 일부를 떼어내 병리조직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검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색소를 이용해 암이 가장 빨리 번질 만한 림프절을 예측하고
그 부분만을 떼어내 검사했다.
검사 후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서는 10개 이상의 림프절을 떼어내고
다른 그룹은 그대로 둔 채 경과를 지켜봤다. 림프절을 떼어낸 환자 가운데 림프절로
전이된 종양이 있었던 사람은 27%였다.
관찰 결과 림프절을 떼어낸 그룹과 그대로 둔 그룹의 생존 확률은 모두 90% 이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암이 재발할 확률도 두 그룹 다 1% 미만으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전에는 유방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거나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종양이 전이되기
시작하는 부위인 겨드랑이 림프절을 10여 개 이상 잘라내는 ‘전체 림프절 절제술’이
많이 쓰였다. 그러나 전체 림프절 절제술을 받은 후 림프절이 손상되면 만성적으로
팔이 저리고 붓거나 부종이 생기는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른 수술법에 비해 안전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감시 림프절
검사법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수술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학교병원 유방센터의 노동영 한원식 문형곤 교수팀이 감시
림프절 검사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 '미국임상암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체 림프절 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 1607명과 감시 림프절 검사법만
받은 환자 3571명의 증세 경과를 비교해 환자들의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감시 림프절 검사법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감시 림프절 검사법은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고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문형곤 교수는 “감시 림프절 검사법은 암이 많이 진행된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지만, 국내에는 조기에 유방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많은 편”이라며 “2006년 학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림프절 절제술에 비해 감시 림프절 검사법이 30% 정도 많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약 80%가 감시 림프절 검사법으로 치료받을 정도로 조기진단
환자가 많고 감시 림프절 검사법의 인식이나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이다.
환자의 50% 이상이 감각이상이나 팔이 붓는 등의 합병증을 심하게 겪는 전체 림프절
절제술에 비해 감시 림프절 검사법은 합병증이 적은 편이다. 감시 림프절 검사법을
받은 환자는 25% 정도가 감각이상을 느끼고 25~30% 정도가 팔이 붓는 현상을 겪는다.
문 교수는 “감시 림프절 검사법에 따른 합병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발생률도 전체 림프절 절제술보다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