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카바수술 동물실험은 없었다
전문의 7명 설문 “前임상시험 간주못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술(CARVAR, 카바)의 동물실험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지난 2003년 송교수가 당시 재직하던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에 낸 동물실험자료를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한마디로 ‘동물실험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식약청은 그동안 동물실험 결과 공개요구가 있으면 “연구 개발에 지장을 주고 회사의
경영이나 영업상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송 교수를 감싸고도는 배경에 대해 검찰수사를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코메디닷컴이 입수한 ‘새로운 대동맥 판막 성형기구의 이식동물실험 보고서’는
송교수가 카바수술의 임상시험허가를 받기 위해 당시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에
제출한 전임상시험결과 보고서다. 임상시험은 사람이 대상이므로 임상시험에 앞서
동물실험을 거쳐야 한다. 전임상연구의 목적은 생물에게 적용해도 안전한지, 부작용
없이 장기간 생체와 공존가능한지, 장기간 생체에 삽입돼 원래의 기능을 다하는지를
동물을 통해 미리 입증하는 것. 하지만 송 교수는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었다. 식약청 공무원들이 RNL바이오와 관련, 최근 수사대상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송 교수 사안도 수사를 받을 대상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
송 교수는 2009년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와 2010년 4월 대한심장학회
성명 반박 기자회견에서 “카바 수술에 대한 동물실험이 상당한 시간에 걸쳐 충분히
진행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동물실험보고서를 검토한 흉부외과학회와 심장학회
등의 전문의 7명은 모두 “(너무 엉성해) 카바 수술에 대한 동물실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8마리 동물로 실험?
송 교수는 8마리 실험견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가운데 2마리는 대조군으로
기존에 사용되던 듀란 링(Duran ring)을 심었고 나머지 6마리에게 시험대상인 카바
링(ScienCity ring)을 심었다.
흉부외과학회 소속 A 전문의는 “반드시 몇 마리 이상의 동물로 실험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총 8마리만으로는 생물학적 반응을 살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심장학회 소속 B 전문의는 “실험 결과가 신뢰성을 가지려면 흉부를 열고 닫기만
한 것, 카바링을 심은 것, 기존 수술 방법을 적용한 것 등 실험동물을 다양한 비교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마다 6~10마리씩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식 후 외부 농장에서 4개월간 사육?
동물실험보고서에는 또 “실험동물은 4개월 동안 외부기관에서 기르다가 다시
아산병원 동물실험실로 이송했다”고 나와 있다.
A 전문의는 “실험동물은 규칙적으로 관찰해야 하는데 외부농장에서 사육했다면
누가 관리했다는 말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B 전문의는 “예를 들어 외부농장에서 사육할 때 알레르기성 반응이 있다가 4개월
후에 다 나은 채로 실험실에 돌아왔다면 연구진은 그 동안의 상태변화를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며 “동물실험에 쓰인 동물은 실험실에서 관찰하며 사소한 것까지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개월 만으로는 이상반응을 못 볼 수 있으므로 실험견은 적어도 6개월~1년을
관찰하고 결과를 장기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바수술과 무관한 안전성 실험?
송 교수는 심장이 아닌 실험견들의 상행대동맥, 즉 등쪽과 복부대동맥에 링을
심었다.
A 전문의는 “대동맥에 카바링을 심은 것은 심장과 전혀 무관하며 이 실험은 카바
수술과 아무 관련 없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심장학회 소속 C 전문의는 “현재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생기는 유착이나
염증관련 합병증을 보면 대동맥조직과 카바링을 어느 정도로 밀착시켰는지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SBS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동물실험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성만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같은 병을 가진
동물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주장했었다.
B 전문의는 그러나 “반드시 대동맥 질환이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같은 대동맥 근부에 시술할 필요가 있다”며 “근부는 굉장히 예민한 곳이므로
주위 장기나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한라병원 흉부외과 조광리 박사는 “적어도 전임상 시험수준의 동물실험으로
인정받으려면 심장수술 하듯이 인공심폐기를 사용해 대동맥 판막으로 오려낸 뒤 판막을
소의 심막으로 바꾸고 대동맥띠, 링을 삽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박사는 “삽입
후에도 일정기간이 지난 후 초음파검사를 해 판막 기능을 평가하고 삽입부위 및 주변부의
염증반응, 면역반응, 섬유화 정도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성실험...수술 재료에 대한 실험만으로 충분?
의료기기에 대한 독성실험은 인체에 삽입하는 물질이 동물의 몸에서 독성물질을
배출하는지 보는 검사로 송 교수팀이 대덕단지에 의뢰해서 시행했다. 이 독성실험
과정 및 보고서에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 동물실험 자료를 근거로 의료기기가 생체에 삽입되었을 때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나타내지 않고 원래의 기능을 다하면서 생체와 공존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C 전문의는 “이 동물실험은 카바수술에 관한 실험이 아니라 카바수술 재료가
생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만 살펴본 실험”이라고 분석했다.
전문의들은 “이 카바수술 재료 실험 만으로는 카바수술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경환 교수는 “수술재료 실험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적어도
‘신기술’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야 한다”며 “새로운 재료로 시술 하려면 수술과
관계있는 동물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만약 송 교수가 기존에 쓰이던 승모판막링 혹은 띠를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다면 전임상시험이 필요 없지만 송 교수는 다른 부위와 다른 치료목적인 대동맥판막띠,
대동맥 링을 사용한 수술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물질을 사용해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는 제품을 만든 것이므로 전임상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
심장학회 소속 D 전문의는 “동물실험으로 인정할 수 없는 실험”이라며 “전임상시험
흉내만 낸 것으로 이런 수준의 실험 결과로는 임상시험 허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기관연구윤리위원회(IRB)에 소속된 E 전문의는 “신의료기술이 인정받으려면
의학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임상시험 전에 새로운 수술방법을 동물에게 확실하게
시험해보는 것이 윤리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연구에서 윤리는 연구의 신뢰성과 직결된다”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수 천 명에게 시술 했다고 해도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식약청 관계자는 “카바 링에 관한 식약청 허가는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으로 당시 윤리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해 IRB를 통과한
것”이라며 “만약 동물실험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면 이메일로 질의해 달라”고 반복했다.
식약청은 2009년 1월 코메디닷컴이 동물실험 자료 등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몇
차례 주관 부서를 변경하며 시간을 끌다가 공식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관련
자료가 공개되면 연구와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고 법인 등의 경영, 영업상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송 교수의 IRB 보고서는 당시 많은 수정을
거쳐서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만약 결과에 잘못이 있다면 병원 측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식약청에서 IRB 임상시험결과보고서만 갖고 제조품목
허가를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책임 떠 넘기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흡한 결론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지만 당시는 아직 IRB가 정립되기
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