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거짓말, 거짓말탐지기도 피한다

뇌의 진실-거짓 반응에서 큰 차이 없어

만삭의 의사 부인이 의문사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이 용의선상에 오른 남편을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한 결과 몇 차례 거짓 반응이 나왔다는 발표가 있었다. 거짓말탐지기는

얼마나 정확하게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을까.

사람의 뇌는 원래 거짓말보다 진실을 말하는 데 더 뛰어나다. 그러나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면 정직하려는 본성을 이기고 거짓말탐지기로도 감지하기 어려운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100% 정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벨기에 겐트 대학의 브루노 베르슈에 박사팀은 연구대상 학생들을 3그룹으로 나누고

뇌가 ‘진실을 말하게 돼 있는 성향’이 달라질 수 있는지 실험했다. 신경촬영법을

통해 보면 사람의 뇌는 거짓말을 할 때 전전두피질 활동이 활발하다. 거짓말을 할

때는 생각을 더 억제할 필요가 있어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더디다.

연구진은 각 그룹의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을 적은 보고서를 내게 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보고 내용에 관해 묻고, 그룹별로 진실 혹은 거짓을 말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보고 내용을 따져 묻는 질문 사이사이에는 주제가 전혀 다른 질문이 섞여 있었다.

첫 번째 학생 그룹은 이러한 질문에 진실을 말하고 두 번째 그룹은 거짓말을 하도록

했다. 세 번째 그룹은 진실과 거짓을 같은 양으로 섞어 답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자주 거짓말을 해본 응답자일수록 점차 거짓말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짓말에 적응하면 거짓을 말할 때 대답이 더디던 것이 진실을 말할 때나 거짓을

말할 때나 차이가 사라졌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심리학 교수 에우트 마이어 박사는 “병적인 거짓말쟁이(pathological

liars)처럼 실제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뇌의 진실 반응이 이론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간단한

질문을 섞으면 응답자가 뇌의 강한 진실 반응 때문에 거짓말을 하기 어렵다”며 “이를

통해 거짓말탐지기 조사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심리학자 스콧 릴리언펠트 박사도 “거짓말탐지기는 사이코패스

같은 능수능란한 거짓말쟁이의 말을 효과적으로 잡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평범한 사람보다 병적인 부정직함과 같은 정신병적 특징이

높은 범죄 용의자에게 주로 쓰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의식과 인지(Consciousness and Cognition)’지에 실렸으며 영국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 등이 8일 보도했다.

    유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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