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만삭의 의사 부인이 지난 달 14일 숨진 채 발견돼
경찰 수사가 4주째 진행되고 있으나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손톱자국에 대해
경찰이 구체적인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의료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택 욕실에 쓰러져 있는 부인 박 모씨(29)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은 모
대학병원 의사인 남편 A씨(31). 경찰은 욕실에서 미끄러져 사망한 것 같다는 A씨의
말과 달리 미심쩍은 단서들이 속속 발견되자 A씨를 용의자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이 확보한 단서에 무게를 두지 않고 박씨가 정말 미끄러져 숨졌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일단 기각 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의 손톱 밑에서 A씨의 DNA가 발견됐으며 사건 당일 오전 숨진
박씨는 물론 A씨에게도 연락이 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A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숨진 박씨의 사인은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박씨의 목에는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목을 졸린 것 같은 흔적은 없는 상태.
A씨의 얼굴과 몸에 나 있다는 손톱자국이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인 단서가 된 셈이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상황에서 A씨에게 났다는 손톱자국 언론 보도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손톱에 긁힌 상처’ 정도라고 보도 했다. 일부는 ‘살점이
패일 정도의 상처’라고 보도했다.
언론마다 보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손톱자국의 진실을 밝혀야 할 마포경찰서는
사건 정황 조차 밝히기를 거부했다. 최종상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손톱자국 정도를
묻는 기자에게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된 사항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얼굴과 팔 등에 난 상처와 관련, “아토피 때문에 스스로
긁어서 난 상처”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김규한 교수는 “아토피 환자들은 종종 가려움 때문에 몸을
긁어 상처까지 날 수 있다”며 “단순히 손톱에 긁힌 정도의 가벼운 상처라면 1주일
내외로 낫는 편이고 피가 날 정도로 긁은 상처는 회복하는데 1~2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은 A 씨의 상처가 ‘살점이 패일 정도’라고 보도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잠을 깨려고 스스로 낸 상처”라고 설명한 것으로 인용돼있다. A씨는 숨진
부인의 손톱 밑에 남은 자기 DNA 역시 아토피로 가려운 자기 등을 긁어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살점이 패일 정도로 몸을 긁는 경우는 아토피가 극심한
환자일 때에나 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회복하는 데 1달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