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교수, 가족에게 카바수술 시키렵니까”
[칼럼]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경환 교수
최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CARVAR,
카바)’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조사결과와 그에 반박하는
송 교수를 지켜보았다. 이제는 송 교수의 수술에 대해 전문분야가 유사한 흉부외과
의사로서 무언가 말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여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논란이 진정되지 않는 배경에는 전문가들의 논쟁에 감성적일 수밖에 없는 비전문가들의
오해가 뒤섞여있다. 특히 송 교수의 수술을 받았다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있다. 다른
전문가가 카바 수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송 교수는 자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인용한다.
간혹 그들 스스로 분개하여 일어나 인터넷의 댓글 란을 채우고 있다. 이들의 논지를
정리하면 이 같은 내용이다.
“내가, 내 가족이 수술 후 와파린(항응고제)도 먹지 않고 죽을 때까지 재수술이
필요 없이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데 왜 송 교수를 비난 하는가? 혹시 파벌싸움이 아닌가?
혹시 인공판막을 지원하는 다국적 기업의 사주를 받지 않았나?”
내가 침묵을 깨는 이유는 이렇다. 제일 큰 문제는, 그리고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렇게 믿는 환자나 그 가족들이 가까운 장래에 재수술을 받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존의 수술을 받으면 평생
와파린을 먹고 재수술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수술을 받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혹세무민의 전형’이다. 우선 상당수 환자가 기존의 수술 뒤 와파린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며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지금도 송 교수가 죽을 때까지 재수술 없이, 와파린 없이 살수 있다고
장담하던 환자들 중 일부가 재수술을 받으러 병원을 향하고 있다. 일부는 재수술을
받았고 일부는 가까운 장래에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건연이나
심장학회, 흉부외과 학회에서 한 목소리로 카바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심장내과 의사의 100%, 흉부외과 의사의 99%(송 교수에 동조하는 흉부외과
의사도 극소수는 있다)가 시기심에 똘똘 뭉쳐 송 교수를 몰아세우고 판막회사의 지원을
받아 일사불란하게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송
교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또 다른 사실은
송 교수가 카바 수술에 사용하는 소의 심낭 조직이 외국에서 수입한다는 사실이다.
송 교수 역시 외국회사의 사주를 받을 확률이 크다고 말하면 참을 수 있겠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심장 판막수술이란 무엇인지 설명해보자. 심장수술에는 크게
자기 판막을 고쳐서 쓰는 성형술과 판막을 교체하는 치환술이 있다. 송 교수의 수술법은
성형술에 가깝긴 하지만 병든 대동맥 판막을 제거하고 세련되게 디자인된 소심낭을
이용해서 만든 천으로 판막을 재건한다는 점에서는 치환술을 일정부분 포함하고 있다.
송 교수가 철저하게 성형술이라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과는
관계없기 때문이다.
통상 판막성형술이 성공적이라고 주장하려면 중장기 성적, 특히 수술 후 15년
후 수술 받은 판막이 재수술을 받지 않을 정도의 정상 기능을 가질 확률이 90%는
되어야 한다. 이점은 송 교수도 동의 할 것이다. 왜냐하면 15년 전 아니 그에 훨씬
앞서 재수술을 해야 한다면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고 판막이 계속 압력을 받는 다이나믹한
조직이기 때문에 조기 실패할 수 있다- 그 수술이 실패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더구나
그 비율이 수술환자의 20, 30% 이상 된다면 그 수술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의 판막성형술에서 기계판막이 아닌 조직판막을 이용하면 와파린을
먹을 필요 없이 15년간 그 판막이 정상 작동할 확률이 90~95% 된다. 송 교수의 카바
수술이 적어도 조직판막의 내구성보다 더 좋아야 카바 수술이 존재의의를 가진다.
쉽게 말해 심장병이 있는 70세 남자가 조직 판막으로 치환 받았을 경우 85세 전후(현재
평균수명)까지 생존한다고 보면 이 환자는 생전에 판막을 다시 수술할 확률이 10%미만이다.
반면 송 교수의 수술법을 보자. 70세 이상 카바 수술 군에서 15년은커녕 2, 3년
내에 심장수술을 다시 받은 환자나 받아야 하는 환자가 10% 이상이라면 기존의 수술법과
비교해 장점은커녕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환자에게는 받지 않을 수 있었던
또 한 번의 수술로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송 교수가 발명하고 유럽인증을 받은 카바 링을 병든 대동맥 판막에
넣으면 마치 대동맥판막이 그 고리에 의해 저절로 성형이 되는 것처럼 착각한다.
그 고리는 대동맥근부에서 근부의 확장을 일시적으로 막아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특별히 고안된 정교한 제품이 아닌 평범한 고리일 뿐이다. 그 가격이 기존
인공판막 가격보다 비싸다는 것, 송 교수가 깊이 관여하는 사이언시티라는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만 따로 제시해 둔다.
다만 송 교수같이 심장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적절한 기술로 병든 부분을 보강하고
보조적으로 링을 삽입하여 거치시키면 일부 환자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송 교수가
카바라고 명명한 이 수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외과 의사들이 시도해왔고 여러
가지 방법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의 가볍고 무거움에 관계없이 모든 대동맥 판막환자에게
성형술이 100% 가능하고 그들이 100% 향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송 교수의 주장은
아무도 믿을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송 교수의 서울아산병원 재직 시에도 그랬고 이후 건국대병원에서도 재수술할
환자들이 계속 생기는 실정은 이를 뚜렷이 알려주고 있다. 사실 나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미 너무 많은 환자에게 이 수술을 시행했으니 그렇다. 대동맥근부에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있어 재수술을 하기에도 너무 위험하다.
송 교수는 자신 있게 단언한다. 카바는 어떤 대동맥 판막질환에도 성형술이 가능하고
그 결과도 항상 100%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또 판막부전이 심하지 않고 현재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도 조기에 수술하면 나중에 판막을 치환해야하는 상황을 면할 수 있다면서
환자를 수술대로 이끈다.잘 들여다보면 누구나 쉽게 모순을 발견한다. 즉 판막의
기능이 심하게 상하지 않고 현재 증상이 없는 환자들이 나중에 망가져서 오더라도
송 교수의 카바는 100% 성형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왜 조기 수술이
필요한가?
흉부외과 의사의 양심을 걸고 지적하건대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수술이 결단코
불필요한 사람들이다. 송 교수가 조기수술이라는 미명 하에 필요 없는 수술을 환자에게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부 환자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송 교수에게 조기수술을 받고 와파린을 먹지 않고 아무 불편 없이 살아간다는 환자의
일부가 혹시 본인이 평생 수술이 필요 없었다는 상황을 알게 된다면, 아니 그 불필요한
수술이 오히려 판막을 망가뜨려 다른 수술을 또 해야 한다면 그런 끔직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반대로 송 교수의 권유를 따르지 않고 지내다가 판막이 심하게 망가져서
“이제는 시기를 놓쳐 성형술이 가능하지 않다”고 송 교수의 책망을 받는다면? “모든
대동맥 판막은 교체 없이 성형할 수 있다”는 지금 그의 말은 또 다른 거짓말이 된다.
일부 언론은 송 교수를 호칭할 때 언젠가부터 ‘세계적인 심장수술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과학자들에게 그런 류의 칭호를 하려면 그의 수술법이나 실험결과가
전문 교과서에 실리거나 학회에 발표되어야 한다. 유력 학회지에 문자로 표현이 돼
동료의사들이 그 방법을 학습하고 따른 결과 비슷한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동시에 그 의학자는 국제학술 모임에 수 없이 초청돼 강의하고 그 방법을 시연하고
여러 차례 입증하는 경우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카바 수술과 관련한 송 교수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2007년 유럽학회에 발표된 단 한편의 국제논문밖에 없다.
그 논문마저 건국대 심장내과 교수들의 지적에 따라 진위가 의심받고 있지 않은가?
내가 아는 한 송 교수가 그 어떤 세계적인 모임에서 초청되어 강의를 한 적이
없다. 그 어떤 교과서에 소개된 적도 없다. 송 교수의 임상활동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다국적 기업의 사주를 받고 그 기술을 사장시키려는
외국 및 국내 의사들의 음모가 송 교수의 수술법을 배척한다는 말을 혹시라도 외국의사들이
듣는다면, 아마 첫마디가 “누구를 말하는가? 송 교수가 누구이지?” 일 것이다.
송명근 교수가 의료환경이 열악했던 시절 우리나라 흉부외과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 최초 심장이식 수술도 그렇고 열정적으로 수술에
임했던 과거의 모습은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송 교수의 수술도 제한된 일부 환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대동맥 판막질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고, 아무리 판막이 나쁘더라도 성형이 가능하고
그 결과가 향후 어떤 재수술도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수술법은 없다. 더구나 증세가
없어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를 수술대로 올리기 위해 “기존의 판막 치환수술이 유지되는
것은 판막회사의 사주를 받는 나쁜 의사들 때문”이라고 하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이 아님을 흉부외과의사의 양심을 걸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칼날같은 비판적 의견과 검토에 대해 의학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하여
재현해 보였어야 할 상황에 비전문가를 동원하고, 국회까지 끌고 간 현 상황은
송 교수의 비과학적 태도와 소통 불능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의학은 한사람의
스타의사가 이끌어 가는 마술과 같은 학문이 아니다. 이 분야는 자격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인정하고, 다시 해볼 수 있는, 그리고 환자에게 유익하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아내는 인고(忍苦)의 분야이다. 흉부외과는 그 가운데 가장 힘들고,
그러면서도 묵묵히 양심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집약된 곳이다.
최근 카바 사태를 주시하는 흉부외과의 한 원로 선배를 만났다. 그는 송명근 교수
사태에 대해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자기 수술 성적을 자기 울타리 안에서만
우수하다고 주장한 점(전문가의 피어 리뷰를 거치지 못한 점), 둘째, 자기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의료재료를 사용한다는 점, 셋째, ‘와파린을 먹지 않는 수술법’으로
혹세무민한 점 등이다(와파린을 먹지 않아도 되는 조직판막은 이미 30여 년 전 나왔다).
송명근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 친지가 대동맥
판막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들에게 카바 수술을 하시겠느냐”고. 특히 조기에 증상
없이 그 문제를 알게 됐을 때도 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검증된 모든 자료를
종합할 때, 카바 수술은 신기술도 아니고, 기존 수술법을 뛰어넘는 마법 같은 치료법도
아니다. 그저 송 교수를 위한 수술법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대동맥근부 수술의 대가 중 한분인 프랑스의 엠마뉴엘 랑삭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기술한 내용을 언급하며 글을 맺는다.
“대동맥근부 수술에서 기존의 복합판막치환술에 비해 근부 판막성형술이 우수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현재처럼 수술법이 다양하고 표준화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객관적이고 장기적인 추적 결과만이 이 문제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향성 무작위 연구가 필수불가결하다.”
그는 이 논문의 기술 이후 프랑스 전역의 13개 병원에서 6년 동안 전향성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하였고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가 다시금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김경환 교수 약력:
199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199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
200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박사
2002~2003년 미국 클리브랜드 심장센터 임상연구전임의
2009년 대한흉부외과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