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숲속에 난 ‘가지 않은 길’이었다”
‘자랑스런의사상’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 나오는 인생행로의 두 갈래의 길 중 류마티스
분야는 의사들이 걸은 자취가 적어 잘 모르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걷고 싶은 호기심대로 했습니다”
지난 13일 제3회 ‘한미자랑스런의사상’을 받은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은 류마티스와 루푸스를 자기 전공분야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대의
의사들이 잘 돌아보지 않는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국내 의료진 사이에 류마티스에 대한 개념조차 확고하지 않았던 1999년 즈음 배
원장은 류마티스 환자 1명을 대상으로 정밀한 그만의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국내에는
거의 축적된 자료가 없어 하나하나 물어보고 외국의 자료 찾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4~5년이 지나자 어느 정도 류마티스 치료의 토대가 마련됐다.
“처음에는 허허벌판에 선 심정이었다”는 배 원장은 이번 ‘자랑스런의사상’을
받게 된 공도 주변에 돌렸다. “다른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도 제가 상을 받은 건
환자 여러분과 연구를 도와준 선후배, 학생, 연구 동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미자랑스런의사상은 대한의사협회와 한미약품이 의협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정한 상이다. 역대 수상자도 큰 인물들이다. 1회에는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회에는 이태석 신부와 심재두 원장(알바니아 샬롬클리닉)이 받았다.
1회는 정책부문, 2회는 봉사부문, 이번에는 학술연구 부문으로 돌아갔다.
배 원장의 전공인 류마티스 관절염은 몸을 지켜야 할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이상을
일으켜 오히려 자기 관절을 공격하는 병이다. 뼈 주위가 아픈 140여 류마티스 질환
중에 고약하기로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 환자는 전체 인구의 1%인 50여 만 명이다.
배 원장의 또 다른 전공인 루푸스 역시 희귀성 난치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0.1%가
고통받고 있다.
배 원장은 “류마티스 계열 질환은 아직 약값이 너무 비싸 치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의료진들이 꾸준히 연구해 새로운 약제를 개발해내야 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그는 “뚜렷한 발병 원인도 치료법도 확실하지 않은 이 분야에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