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권하는 어린이식습관 지도법 10가지
예쁜 아이, 평생 예쁜 식습관 만들기
주부 A씨는 하루에 세 번 전쟁을 하는 기분이다. 밥을 안 먹으려는 아이와 다투다보면
맘 편히 식탁에 앉을 새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유난히 밥 먹을 때만 되면 말을 안
듣는 어린이. 밥을 굶길 수도 없고, 억지로 먹이자니 더 못할 일이고... 전문가들에게
어린이에게 밥을 맛있고 건강하게 먹일 방법을 물었다.
▽밥을 먹이려면 아이와의 싸움도 불사한다?
우선 자기 자녀와의 싸움에서 엄마는 결코 이기지 못한다. 음식보다 엄마와의
싸움에 더 정신이 팔린 어린이는 배부르다기보다 엄마의 잔소리에 반발해 음식을 거부하기도
한다.
싸움이 길어지면 결국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는 상황이 되는데 좋지 않다. 억지로
먹이면 어린이는 맛을 즐기지 않고 음식을 그대로 삼켜버려 미각 형성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착한 행동엔 사탕을 주고 나쁜 행동엔 간식을 뺏는다?
음식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어린이가 잘못된 행동 때문에 간식을
뺏기거나 착한 행동 때문에 달콤한 음식을 얻으면 배부르다, 배고프다는 인식보다
자기 행동과 음식을 연관시키게 된다. 자칫하면 어린이가 배고픔이나 포만감과 같은
몸 속의 신호를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음식을 뺏는 벌은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안정감과 믿음을
깨뜨릴 수 있다. 자칫하면 평생 고치지 못할 식습관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대신 스스로
방 정리를 하거나 심부름을 하면 상으로 스티커를 주며 “스티커 열 개를 모으면
오늘은 네가 먹고 싶은 반찬을 해줄게”라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좋다.
▽배고프다면 먹이고 배부르다면 더 이상 안 먹인다?
물론 배부르다면 더 이상 먹일 수도 없고, 먹여서도 안 된다. 어린이가 음식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배가 부르다는 신호다. 즉시 음식을 치우고 그만 먹게 해야
한다. 그러나 식사시간의 규칙성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식탁시간에
앉되 얼마만큼 먹을 것인가는 어린이가 결정하게 한다. 식탁에 앉아 투정을 한다면
군것질이 너무 많았거나 다른 데 관심이 팔려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식사의 기본은 ‘하루 세끼’임을 가르친다?
정해진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혹은 어린이가 비만인지 아닌지 경우에 따라 다르므로
단언하기 힘들다. 다만 어린이는 배가 작아 한 번에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만약 어린이가 밥을 충분히 못 먹었을 때는 적당한 간식이 좋다. 열량은
높고 영양가가 낮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음식을 먹지 않도록 영양가 있는 간식이
좋다. 그러나 간식이 지나쳐 제 끼니를 피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항상 식사의 기본은
세끼라는 것을 가르친다.
▽어린이에게 주는 음식은 멋을 내야 한다?
어린이가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음식이나 색깔과 모양이 예쁜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맞다. 현실적으로 매끼마다 음식에 멋을 내는 것은 무리다. 너무 잦은 이벤트는
비효과적이기도 하다. 어린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도전하게 만드는 데에는 좋을 방법이
된다. 하지만 일상의 밥상을 즐기게 하는 것이 더 좋다. 한식 기본 찬에 익숙한
아이가 평생 더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어린이가 하루에 먹는 음료량을 체크한다?
우유나 주스로 배를 채우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어린이가 음료를 배부르게 마시는
경향이 있으면 밥을 먹고 난 후에 마시게 해야 한다. 어린이가 배고파하면 먼저 음식을
주고 부족하다고 하면 천연과일이나 물 등을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과당이나 탄산음료는 좋지 않으므로 정량이상 먹으려고 하면 참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엄마가 어린이의 적당량을 알아야 한다. 어린이가 갈증을 우유나
주스로만 채우지 않도록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가 삼키기 싫어하면 뱉게 한다?
어린이는 처음 보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맛을 본 다음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땐 무조건 맛을 보이지 말고 어린이 스스로 맛보기를 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해 처음에 먹을 땐 조금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엄마가 “삼키는 시간은 아주 짧지만 그 동안 너의
생각주머니가 맛을 기억할거야”라며 차분히 어린이가 먹고 싶어 하도록 유도한다.
용기를 내 맛을 봤을 때 반드시 그 맛이 어린이 마음에 든다는 보장은 없다. 이럴
때 그냥 뱉게 하는 때가 많은데 위험하다. 어른은 괜찮지만 어린이는 자칫하면 뱉는
버릇이 들 수 있다. 처음부터 어린이가 삼키기 부담스럽지 않을 소량만 준다. 그래도
어린이가 삼키는 것을 꺼리면 물을 주며 “물이랑 함께 먹으면 배가 물 위를 가듯이
그 음식이 물을 타고 몸 안으로 쑥 들어갈거야”처럼 어린이에게 흥미를 갖게 해
일단 삼키게 한다. 또 어른처럼 어린이도 취향이 있으므로 편식으로 매도하며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나쁘다.
▽TV를 보면 아이가 밥을 적게 먹는다?
TV나 장난감이 곁에 있으면 밥을 더 적게 먹을 수도 있고 반대로 과식할 수도
있다. TV를 보며 음식을 먹으면 어린이가 먹는 행위 자체를 TV에 연결시켜
TV만 켜면 무언가 먹어야 하는 버릇이 생길 수도 있다. 식사시간에는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무엇과 연관시키지 않아야 한다.
▽엄마는 무조건 나를 위해 다 챙겨주는 존재?
어린이라고해서 무조건 편안하게 앉아 엄마가 챙겨주는 것을 먹고 엄마가 치우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자립심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린이에게 설거지를 맡기는 것은 무리지만 자기가 먹은 접시를 설거지
통에 갖다 두거나 컵과 수저를 분리하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다. 밥을 먹고 나면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설치된 거울을 보며 입가와 손을 티슈로 닦게 하는 것도 좋다.
식사시간 뿐 아니라 우유처럼 입가에 묻을 수 있는 음식을 먹은 뒤에도 스스로 닦도록
하면 좋다. 어린이는 자기도 무엇인가 기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는 멋대로 먹어도 된다?
엄마는 라면과 패스트푸드를 생각나면 먹으면서 어린이에게는 건강식을 강조해선
별 소용이 없다. 어린이의 가장 크고 가까이 있는 모델은 부모다. 따라서 부모가
먼저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어린이도 쉽게 평생 좋은 식습관을 기르게 된다.
(도움말: ND케어의원 박민수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중앙대부속유치원 허미애 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