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팔 깁스하면 3500만원, 아기 출산하면?

Julian Lee의 美의료산업현장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 미국에 먼저 정착해 살던 지인 A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A씨의 아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미끄럼틀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학교에서

구급차(앰뷸런스)를 불러 응급실에 갔고 치료를 받았다. 학교의 빠른 대응과 적절한

치료에 A씨는 고마웠다. 그러나 나중에 3만달러(약 35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병원비가 청구됐다. 의료보험을 미처 사지 못했던 A씨는 자기가 다 낼 수밖에 없었다.

현금으로 낸다는 조건으로 그 절반 금액만 내기로 병원과 합의했다.

나는 당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한 번 갔고 팔 골절을 치료하는데 무려 3만달러가 청구됐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병원과도

현금 결제를 조건으로 갚을 돈을 협상했다는 것이다.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오늘의 미국 의료시스템이 굴러 가는 모습이다. 먼저

상상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의료비용을 알아보자. 내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례를

본다. 

# 1. 병원에서 아기 낳으려면 억 단위 보상하는 보험 있어야

미국 한 개인병원에서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친지 B에게 청구된 금액은 3만달러(약

3500만원)이었다. 물론 가입한 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부담한 금액은 몇 천달러

수준이었지만 한국보다 10배 이상 비싼 자기부담금에 다들 놀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청구금액은 가볍게 10만달러(약1억1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술 더떠 아기가 미숙아라 인큐베이터에 들어간다치면 청구금액은 백만달러(약 11억5000만원)은

쉽게 넘어간다고 한다. 따라서, 최대 보상금액이 300만~400만불(약 34억5000만~약46억원)에

이르는 의료 보험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2. 병원 두 번 가고 약까지 먹으면 63만원

미국 정착 초기에 큰애가 폐렴기로 치료받았다. 감기 비슷한 증세였지만 39도를

넘나들어 병원에 갔다. 보험이 없는 상태였다. 먼저 동네 병원에 전화했더니 예약을

먼저 해야 올 수 있다며 급하면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응급실 함부로 갈 일은 아니다싶어

다음날 예약에 맞춰 병원에 갔다.

30분 정도 의사를 만나고 처방전은 받지 않았다. 병원비로 300달러(약34만5000원)를

냈다. 이틀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았다. 다시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폐렴이 의심된다면서

주사를 두 번 맞게 했다. 병원비는 다시 200달러(약 23만원). 약국에서 별도로 약을

샀다. 처방약이 약 50달러(약 5만7000원)였다. 아이 동네병원 두 번 방문에 약값까지

총 550달러(약63만원)를 내야 했다.

# 3. 응급실에 실려 온 응급환자는 기본이 1600만원

미국의 건강관리의료단체(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에서 새로 만든

외상센터(Trauma Center)에서 재무분석 업무를 하면서 늘 접하던 사례다. 외상센터는

응급수술까지 포함하는 응급실로서 교통사고 같은 재난환자나 총기사고환자들의 초동치료에

관한 일을 했다.

병원의 재무 분석도 일반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입과 지출이 중요한 축이

되는데 수입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환자가 외상센터에 왔을 때 평균 병원비이다.

Level 1 외상센터로 온 환자가 평균 5일간 병원에 머무르면서 수술까지 받았을 때

평균 금액은 2008년 기준으로 9만8000달러(약1억1300만원)였다. 외상센터로 일단

와 응급환자로 분류되는 순간 청구되는 비용이 1만3947달러(약 1606만원)이다. 즉,

구급차에 실려 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응급환자로 분류되었다면 기본 1만3947달러가

청구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모든 병원이 서비스 항목에 대한 청구 금액 목록을

공시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쉽게 말해 병원도 식당처럼 메뉴와 그 가격을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 웹사이트는 이런 내용을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2008년 캘리포니아주 정부 웹사이트에 올라온 2007년 청구 금액 목록의 몇

가지 예는 다음과 같다.

△일반 병실 1일 입원비: 2750달러(약316만8000원)

△중환자실(ICU) 1일 입원비: 7000달러(약806만원)

△5시간 일반 수술비용: 2만1414달러(약 2467만원)

△10시간 일반 수술비용: 3만9062달러(약 4500만원)

△8시간 심장수술(Open Heart Surgery) 비용: 6만3811달러(약 7457만원)

물론 이런 금액을 모두 환자가 부담한다는 것은 아니다. 의료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회사가 병원과 협상해서 청구금액을 할인 받고 그 대부분을 보험금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보험료는 전에 설명했지만 천차만별이다. 보통 가입하는 의료보험료는

3,4인 가족 기준 월 1,000달러(약110만원)를 웃돈다. 보험이 없는 개인이라면 한

번 입원하는 것만으로도 재정 파산에 이를 수 있다. 미국에는 인구 4800만명이 어떠한

의료보험도 없이 살고 있다. 올해 내내 논쟁의 중심이 된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안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미국서 팔 깁스하면 3500만원, 아기 출산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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