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지은 손과 입, 진짜로 씻고 싶어진다

추상적인 도덕문제, 신체와 묶어 구체화

엄마가 거짓말을 한 아이에게 “거짓말을 해서 입이 더러워 졌으니까 양치질 하자”고

타이르며 거짓말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말로 혹은 손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죄를 지으면 정말 그 부위를 깨끗하게 씻고 싶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이

비도덕적인 일을 했을 때 ‘손과 입이 더러워졌다’고 표현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

미국 미시건대학 스파이크 리 연구원 팀은 87명의 대학생에게 각자 ‘승진의 기로에

선 로펌 변호사’라고 상상하고 가상의 상황에서 어찌 할 것인지를 물었다.

“...크리스라는 동료 변호사와 승진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크리스가

잃어버렸다는 중요한 서류를 내가 찾아냈다. 이 서류를 그에게 돌려주면 크리스는

경력에 큰 플러스가 되지만 내 경력에는 좋을 게 없다. 크리스에게 그가 잃어버린

서류에 대하여 휴대전화의 음성메시지나 이메일로 어느쪽이든 말을 남겨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을 이야기할 것인지, 거짓으로 그 서류 건은 모른다고 할지 선택하라...”

그리고 연구진은 몇 가지 입안 세정물품 또는 손 씻는데 필요한 상품을 제시하면서

얼마나 꼭 필요한지, 각각의 상품에는 얼마나 돈을 낼 수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제시한 상품에는 치약과 손세정제가 포함돼 있었다.

실험결과 전화나 음성메시지 등 입으로 서류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람은 치약을

사려는 욕구가 이메일로 거짓을 말한 사람보다 훨씬 강했다. 전화나 음성메시지로

거짓을 말한 사람은 치약에 더 높은 값을 내겠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이메일로 서류를 모른다고 거짓을 보낸 사람은 손세정제를 더 필요로 하고

더 높은 가격을 매겼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진실을 말한 사람은 입이든 손이든 당장

씻어야겠다는 마음이 훨씬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 연구원은 “도덕적 순수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보통 ‘더러워진 손’과

‘더러워진 입’이라는 신체의 청결과 연관해 표현되곤 한다”며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뒤 깨끗해지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입이나 손까지 깨끗하게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으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29일 보도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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