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전문 의사 ‘올챙이배’ 탈출 사연

박용우의 리셋다이어트

비만 전문 의사 ‘올챙이배’ 탈출 사연 

2010년 8월 1일, ‘또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저는 살이 잘 찌는 체질입니다. 어머니께서 상체가 상대적으로 크고 배가 나온

복부비만 체형인데다 남동생 여동생 모두 밥을 조금만 더 먹어도 배에 살이 쉽게

붙는 걸 보면 유전적으로 남들보다 살이 잘 붙는 체질인건 분명해 보입니다.

건강체중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8~20세 때 체중에서 5kg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학 다닐 때 59kg을 오랫동안 유지했으니까 64kg

이내를 잘 유지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운동신경이 무딘 데에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데 재미를 못 붙힌 터라 운동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침저녁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계단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했지요.

체중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30대 중반을 넘어서부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몹시 시달리던 때였습니다. 스트레스 해소한다고 술도

많이 마셨지만 생각 없이 군것질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62kg을 잘 유지하던 체중이

어느 순간 65kg이 되더니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늘어난 체중은 불과 3개월 만에 70kg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불룩 나온 뱃살을 환자들이 볼까 두려워 의사가운으로 겨우 가려가면서 남의 뱃살을

빼주는  ‘비만클리닉’ 진료를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런 코미디도 없지요.

 

2000년 미국 연수길에 오르면서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기필코 살을 빼리라는 다짐을

했지만 미국에 가서도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12주 동안 강제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 의대 임상시험에 자원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12주 동안 74kg의 체중을 62kg까지 빼게 됩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데 무려 4년이나 걸렸던 셈입니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언젠간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끊겠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담배를 태웁니다. 폐암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게 되면 담배를

끊겠지만 그 ‘언젠가’가 ‘오늘’이 되기는 힘듭니다.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가 “내일부터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저는 “내일은

계속 내일로 미뤄지기 쉬우니 오늘 당장 시작하겠다고 결심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병원을 나설 때부터 계단을 이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저녁식사 전 15분 줄넘기를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0년 전 62kg으로 감량한 체중은 몇 년간 잘 유지됐습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지 3년 째 아이들 등쌀에 자가용을 구입했는데 가끔씩 차를 이용했을 뿐인데도 체중이

64kg으로 늘어나더군요. 그러다 3년 전 대학병원에서 나와 개인병원을 차리면서 또다시

66kg으로 체중이 늘었습니다. 병원 운영에 따른 스트레스에다 활동량마저 줄었으니

체중이 늘어나는 건 당연했습니다. 다시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체중은 스트레스와

잦은 음주로 잠깐 ‘방심’한 사이 또다시 70kg을 넘어갔습니다.

체중감량 이후 나름 건강체중을 64kg으로 정해놓고 10% 상한선인 70kg을 넘으면

‘다이어트’에 돌입하겠다는 결심을 나 자신에게 미리 해둔터라 좋아하는 술을 끊고

8주간 체중감량에 돌입했습니다.

박용우의 체중감량법은 ‘흔들리는 체중조절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체중의 세트포인트를 올리는 술, 단순당(설탕, 액상과당)과 정제탄수화물(흰밀가루),

트랜스지방(가공식품) 섭취를 피하고 세트포인트를 낮추는 식이섬유(신선한 채소류,

해조류, 통곡류), 양질의 단백질(두부, 생선, 해산물, 닭고기, 육류살코기), 오메가-3지방산(견과류,

아마씨)을 챙겨먹는 것입니다. 여기에 체지방량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렙틴호르몬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합니다. 8주 동안 체중을

8kg 감량해서 62kg으로 만들어 놓으면 체중안정기에 62~64kg 정도로 체중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내 몸이 다시 건강해지면 술을 즐기고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지 않아도 체중은

쉽게 다시 오르지 않습니다. 물론 체중감량 이후에도 술을 끊고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 더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인생을 모범생처럼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성자의 넓은 도량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운동을 매일 평생 동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고역입니다. 술도 마시고 가끔씩은 케이크나 아이스크림도 즐겨야 합니다. 남들보다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니 조심은 해야겠지만 ‘지나친 절제’는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나친 절제’와 ‘인생의 풍요로움’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이

바로 ‘체중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상한선에 도달하면 무조건 8주간 다이어트에

돌입한다’는 나 자신과의 규약입니다.

체중의 세트포인트가 흔들리면서 체지방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세트포인트를

흔들게 하는 악화요인이 되기 때문에 체중이 일단 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막연히 ‘언젠가 빼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지내다 체중감량 시기를 놓치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건강 체중에서 10%를 넘지

않는 상한선을 설정해놓고 그 체중에 도달하면 무조건 다이어트에 돌입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건강체중의 10%를 넘지 않으면 건강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체중이 흔들리는

초기에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성공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평생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8주 동안만 희생(?)하면 남은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무리한 방법이 아니라 건강을 챙기는

방법으로 8주 다이어트를 해야 합니다. 다이어트 하는 8주 동안에는 “더 건강해지기

위한” 실천사항들이 우선순위에 올라와야 합니다. 몸에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잠은

6시간 이상 충분히 자야하고 배고픈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루 4끼 식사를 꼭 챙겨먹어야

합니다. 종합비타민제를 포함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당연히

8주간은 무조건 술을 끊어야 합니다.

8월 1일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또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한 저는 ‘더 건강해지고

있는’ 제 몸을 느끼면서 기분이 좋습니다. 9월 30일까지는 좋아하는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주5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인생에서 ‘건강’과 ‘행복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가기 위해 이따금씩

짧은 희생(?)을 즐겁게 감수하려는 제 계획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남들보다 쉽게 살찌는 체질이어서 조금만 방심해도 체중이 팍팍 늘어나는

사람들은 ‘평생 다이어트 하면서 살아야 하는 저주받은(?) 몸’이라는 부정적인

생각 보다 ‘짧은 다이어트’로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방법을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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