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격찬한 획기적 수술받고 15명 사망”

복지부 산하 검증기관 “수술 중단해야” 결론

언론에 의해 ‘획기적 수술’로 칭송받다가 몇 년 동안 안전성에 대해 논란 중인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카바 수술(CAVAR, 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부연구기관의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수술법의 부작용이 당초 알려진 것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당장 이 수술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조사결과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또 그동안 관망하고 있던 환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원장 허대석)은 최근 “2007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이 수술을 받은 환자 397명의 의무기록을 분석했더니 15명이 숨지고 절반이 넘는 202명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는 내용의 최종 조사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보건의료연구원은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기술 등의 효과와 유용성을 진단, 검증해 의료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할 근거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송 교수 측은 지금까지 “카바 수술은 심장 판막에 이상이 있는 환자가 한 번 수술 받으면 항응고제를 먹을 필요도 없이 영원히 건강한 심장으로 살 수 있게 한다는 획기적 수술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기존 수술법은 재료가 영구적이지 않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수술을 받아야했고 항응고제를 먹어야 했다. 송 교수는 카바 기구 등으로 얻은 수익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상으로 칭송을 받기도 했다. 상당수 언론은 송 교수의 수술법에 대해 ‘획기적 수술법’으로 보도해 왔고 일부 언론은 지금도 ‘노벨상 감’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 심각한 오류가 있고 조잡한 분석결과”라고 반박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조사를 했다는 기간에 병원 측에 별다른 사고가 접수된 적이 없고 △카바 수술과 기존의 수술을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며 △직접 사망이 아닌데도 사망에 포함시켰고 △수술법이 다른 것을 무시하고 병의 경중을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에게 수술받게 했다고 예단했으며 △자료를 취합한 간호사 등이 전문성이 부족해서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조사결과를 면밀히 검토해서 올해 안에 이 수술법의 존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보건연이 제출한 자료에 대해 수술 당시 환자의 상태, 시술자의 진술 등을 종합 검토해서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학계에서 데이터를 보다 면밀히 분석해야 하겠지만 전문가들이 분석해서 이 정도의 결과가 나왔으면 당장 수술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행위는 안전성이 최우선돼야 하며 미국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결과는 송명근 교수 측과 코메디닷컴, 건국대학교와 이 대학 유규형 한성우 교수의 법적 다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메디닷컴은 이 수술의 문제점을 최초로 공론화해 송 교수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이 수술의 문제점을 학회와 당국에 보고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돼 학교 측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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