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 뇌진탕 투혼에 박수 못 치는 이유

뇌 전문가 ““의학적으로 위험천만한 행위””

4일 저녁부터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검색 포털에서는 ‘무한도전’

‘정형돈’ 등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급상승했다. 스포츠, 연예 신문들은 MBC ‘무한도전’

프로그램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정준하 정형돈 등 출연진이 부상 투혼을 발휘해서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는 기사였다.

그러나 이런 스포츠, 연예신문의 ‘몰아주기식 찬사’와는 달리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주말 저녁시간에 구토 장면이

공중파 TV에 여과 없이 나가고, 구토를 할 정도로 뇌에 충격을 받은 연예인을 링에

올려서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어떨 것이냐는 목소리였다. TV의 시청률지상주의와

안전불감증, 결과만능주의에 스포츠 신문과 대중이 열광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자영업자

윤용한 씨(46)는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사망한 성우 고 장정진 씨가 생각난다”면서

“상업 케이블TV도 아니고 공중파TV에서 연예인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고가 났다면 지금 찬사를 보내고

있는 언론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안전불감증’에 대해 비난 일색이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주부 이은미 씨(44)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출연자들의 부상 투혼 운운하면서

감동을 얻는다면 ‘싸구려 스파르타쿠스’일 뿐”이라면서 “공중파 TV는 이런

식의 재미보다는 생명과 안전의 중요함에 대해서 전파하는 매체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무한도전’ 팀은 1년여에 걸쳐 프로 레슬링 시합을 준비했고 경기가 다가오자

연습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연습 도중 정준하가 구사한 ‘초크 슬램’ 기술에 정형돈의

뇌가 충격을 받았고 이 때문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크 슬램이란 상대방의

목을 잡고 옆구리를 들었다가 바닥에 내리꽂는 기술이다. 숙련된 전문가들은 넘어지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어 다칠 가능성이 적지만 일반인이 이런 공격을 받으면 크게 다칠

수 있다.

방송국 측에 따르면 정형돈이 뇌진탕 증세가 왔지만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경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뇌진탕(Cerebral Concussion)은 쉽게 말해 ‘뇌가 놀랐다’는 병이다. 라틴어

어원 ‘Concutere’는 ‘심하게 흔들다’는 뜻. 외부 충격을 받아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면서는 각종 증세가 생기는 것을 가리킨다. 뇌에 손상이 없다는 점에서 ‘뇌좌상(Cerebral

Contusion)’과 구분된다. 일시적으로 실신하거나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기억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물을 가리키는 능력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동안 정신착란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뇌진탕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지만 두통이나 기억력 감퇴

또는 상실, 어지럼증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있는데 이를 ‘뇌진탕 후 증후군’이라고

한다.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드물지만 뇌진탕으로 초기 진단된 뒤

나중에 출혈이 생길 수도 있고 일반인은 뇌진탕과 뇌손상, 뇌졸중 등을 쉽게 구분할

수 없다”면서 “만약 뇌에 충격이 와서 구토가 올 정도라면 MRI, CT 등의 검사를

하고 안정을 취해야 하지 레슬링 경기를 계속 한다는 것은 자해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뇌진탕이 일어나면 병원에서는 다른 합병증이 일어나지 않을지

관찰한다”면서 “정 씨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한편 DC인사이드의 한 네티즌은 “시청자를 기쁘게 하려고 저렇게 출연자를 괴롭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시청자가 무한도전에 바라는 것은 짜내기식 감동이 아닌

건강한 웃음”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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