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당하면 분노한 다음 슬픔 느낀다
독일 연구, 그날 휴대전화 메시지 50여만건 분석
‘911 테러’가 발생한 당일, 미국인들이 긴박한 분위기에서 나눈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는 슬픔보다는 분노가 주를 이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처음에는 분노와
걱정이 뒤범벅이 된 감정이 치솟다가 나중에야 슬픔으로 변했다는 것.
‘911’테러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납치한 민간 항공기를 충돌시켜 만든 자살테러 사건으로
수천명의 사망자를 낳아 당시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독일 마인츠 대학교 연구진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911사건’이 일어난
날 전송된 50여만 건의 휴대전화 문자를 분석했다. △슬픔과 관련된 단어인 비탄,
울음 △걱정과 관련된 우려, 두려움 △분노와 관련된 증오, 짜증의 단어들을 종류별로
묶어 사용된 횟수를 분석했다.
이용자들은 이날 하루종일 분노와 연관된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날 저녁 모든
엄청난 테러의 결과가 알려졌을 때는 아침에 비해 10배나 많은 분노성 메시지가 홍수를
이뤘다. 걱정과 관련된 단어가 포함된 메시지는 이날 하루중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그러나 걱정관련 메시지는 언제나 일정한 양으로 되돌아갔다.
슬픔과 관련된 단어는 가장 나중에 나왔다. 사람들은 슬픔을 느끼긴 느꼈으되
미처 문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분노와 걱정에 휩싸여 있었는지 모른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분노나 걱정이라는 감정을 크게 겪은
후에 마지막에야 비로소 슬픔을 실감하고 표출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후 분노의
감정이 가장 주류를 이뤘다는 것은 당시 일부지역에서 무슬림 사람들을 차별적으로
노린 보복공격이 이어졌고 사람들이 보복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됐으며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 과학논문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1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