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비슷하고, 발음 비슷하고 “헷갈리네~”
다르다-틀리다, 빠르다-이르다
‘틀린 그림 찾기’는 오락실 한 켠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게임이다.
두 장의 그림을 놓고 다른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게임 규칙이다. 이미 ‘틀린 그림
찾기’라는 명칭이 자리를 잡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그림 속 다른 부분을
찾아낸다는 의미의 ‘다른 그림 찾기’가 맞는 표현이다.
“이 일 언제까지 끝낼 수 있을까?”
“빨라야 다음주 초!”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빠르다’와 ‘이르다’의
혼동 속에 있는 것이다.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기간이 짧다는 뜻으로 ‘속도’와 관계있다. ‘이르다’는 기준을
잡은 때보다 앞서거나 빠른 것을 의미한다. 즉 ‘시기, 시점’을 말한다. 따라서
끝내야 하는 일은 “일러야 다음주 초!”가 바른 표현이 되는 것.
‘틀리다’와 ‘다르다’, ‘빠르다’와 ‘이르다’는 의미가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표현의 짝이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이 그르게 되거나 바라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함을
뜻한다. 반대말은 ‘맞다’가 된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음을 뜻하고 반대말은 ‘같다’가 된다.
일반적으로 ‘다르다’라는 표현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틀리다’를 주로 사용한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다양한 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이분법적으로 일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다르다’는 것을 하나의 개성이나
특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틀렸다’고 익혀왔기 때문에 이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는 것이다. 창업 칼럼니스트 정보철 씨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다르다’는
승자의 언어, ‘틀리다’는 패자의 언어라고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틀리다’에는 ‘내가 가진 기준에 벗어난다’는 의미도 들어있기 때문에 ‘다르다’와
의미가 비슷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또 쓰는 낱말에 가치부여까지 하게 되면 ‘틀리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상대방 기분을 상할 수도 있다.
‘빠르다’와 ‘이르다’에서도 ‘이르다’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다’를
많이 쓴다. ‘이르다’ 속에 어느 시점보다 더 빠르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빠르다’와 혼동되는 것이다. 해방 이후 근대화를 목표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정착된 빨리빨리 문화가 단어 혼동에 영향을 준다는 견해도 있다.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기회복 빨라야 내년 초”는 “경기회복 일러야
내년 초”로, 어린 나이에 한 결혼을 보고 ‘결혼이 빠른 것’이 아니라 ‘결혼이
이른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도움말: 국립국어원 정희창 학예연구관
*이 기사는 독자 김상헌 님의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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