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잘 터지지만 도덕한계 넘으면 곧 멈춘다

웃다가도 옳지 않으면 곧바로 웃기 멈춰

사람들은 예상밖의 상황이 연출되거나, 반드시 어떨 것이라는 상식을 뒤틀거나

조롱하면 웃음을 빵 터뜨리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웃음을 멈추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피터 맥그로 박사와 칼렙 워렌 박사는 코미디라 해도 예기치

않게 배우자를 살해하는 설정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웃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웃는

데에도 도덕한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실험 했다.

이전에도 유머와 웃음에 관한 여러 연구가 나와 있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거나,

코미디언보다 우월감을 느끼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연구진은 첫 번째 실험에서 돼지고기 생산 라인에 유태교 종교지도자 랍비를 대변인으로

고용하고, 다른 생산라인에는 농부를 고용하는 설정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크게 웃었다. 그러나 랍비가 정작 돼지고기 판매를 시작하는 장면에 이르자 사람들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랍비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율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여자들에게 교회와 신용조합에서 새로운 교인과 고객을

끌어 들이기 위해 스포츠카를 상품으로 준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읽어 주었다. 사람들은

신용조합이 손님을 끌어들이려고 차를 경품으로 내놓는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웃었지만

교인을 늘리기 위해 차를 준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웃지 않고 혐오감을 보였다.

특히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교회가 멋진 차를 미끼로 전도한다는 시나리오에 대해

별 거부 반응이 없이 일부 웃기도 했으나 종교인들은 불편해 했다.

맥그로 박사는 "종교인들은 시나리오의 경품행사 얘기가 교회의 신성성을

해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웃더라도 도덕한계에 위배된다고 여겨

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돈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땐 어떤 부모가 아이를 내버려 두겠냐며 웃었지만, 정작 꼬마가

담배를 피우는 동영상을 직접 보고는 웃을 수가 없었다"고 자기 최근 경험을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과학협회(the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됐으며 미국 과학논문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9일 보도했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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