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환자 2명 중 1명, 괜한 소화제 처방
2년 새 6%p 줄었지만 보험재정 압박 여전
감기환자에게 괜히 소화제, 제산제 등을 처방하는 사례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감기환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소화 관련 약을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환자들은 감기약을 먹으면 속이 좋지 않거나 소화불량이 생긴다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 또 당뇨병 고혈압 결핵 등의 치료제를 먹을 때 소화기 장애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소화제를 함께 먹을 이유가 없는데도 의사들이 과도한 처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장 최근에 집계한 2009년 4분기(10~12월) 자료에
따르면 감기환자에게 소화제를 함께 처방하는 비율은 53.11%로 감기약 처방
2건 중 1건이다. 상식적으로 감기환자 절반이 위장에 이상이 있다는 뜻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지난해 소화제 약값 부담은 1조원을 넘어 전체 약값의
10%를 차지했다.
소화제를 감기약과 함께 처방하는 비율은 계속 줄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적정성평가 자료에 따르면 감기 환자에게 소화제를 함께 처방하는 비율은
2007년 이후 만2년 사이 6% 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2008년 4분기(55.74%)에는 2007년
4분기(59.08%)에 비해 3.34%포인트 감소했다. 2009년 4분기(53.11%)에는 2008년 4분기와
비교했을 때 2.63%포인트 줄었다.
이런 추세는 동네 의원에서 감기약에 소화제를 함께 주는 처방을 줄였기 때문이다.
2009년 4분기에 의원급이 감기약과 함께 소화제를 처방한 것은 54.30%로 2007년 동기(60.82%)에
비해 6.52%포인트 줄었다. 반면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은 2007년
4분기(29.43%), 2008년 4분기(29.65%) 2009년 4분기(29.92%) 모두 특징적인 변화가
없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원래 감기약에 소화제 처방 비율이 낮고 감기를 치료하러
대학병원까지 가는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희의료원 호흡기내과 박명재
교수는 “감기환자 10명 중 2~3명 정도 감기 약은 속이 편하지 않다며 소화제를 함께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심평원 평가2부 유희순 차장은 “감기약을 소화제와 함께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화제 처방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소화제 위장운동개선제는 위염 등에 투여하되 어떤 증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즉 약을 먹을 때 위장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소화제를 추가로 받는 것보다 약의 복용법을 잘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해열제나 진통소염제는 처방대로 식사 후에 먹으면 속쓰림이나 위 불편감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