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끼리 영화관에 잘 안 가는 이유?
놀이란? 남자는 경쟁-여성은 관계 증진
남성과 여성은 여러 군데서 차이를 보이는 데 그중 한 곳이 영화관이다. 극장가의
관객 수는 어떤 영화가 개봉하느냐에 따라 요동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진실,
남성은 남성과 영화보러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여성들과 손까지 잡고
영화관에 가는 여성들은 흔하다.
실제로 최근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4,300여명을 대상으로 ‘동성과 극장에서
자주 영화를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설문에 응한 여성은 ‘대부분 본다’(31%)와
‘종종 본다’(63%)를 택했다. 94%의 여성들이 동성 친구와 영화 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또 영화를 보러 가는 것. 반면 남성들은 같은 질문에 ‘거의 보지 않는다’(39%),
‘전혀 보지 않는다’(17%)를 택해 남성의 절반 이상이 동성과 영화 관람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른살 심리학’의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정신과 전문의)은 “남성들은
놀이를 할 때 독립성과 자율성을 중시해 자기 테두리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며 “비좁게 남들과 바짝 곁에 앉아야 하는 영화관은 남성들이
썩 내켜하는 공간이 아니다”고 풀이했다.
반면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 관계를 돈독히 해나가는 습관이 된 여성에게 영화관은
적절한 공간으로 해석된다. 나란히 밀착해 앉아 같이 웃고, 웃으며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서로를 알아가고 공감대를 키워나가는 공간인 셈. 학교에서 친한 여학생들이
화장실을 같이 갈 뿐 아니라 화장실 칸 안에까지 함께 들어가기도 하는 사례가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영화관람은 남성의 놀이문화보다는 여성의 놀이문화와 비슷한 특성이 있다. ‘심리학
오디세이’의 저자 장근영 박사는 “당구 야구 축구 등 남성들이 즐기는 놀이의 특성을
뜯어보면 남성에게 놀이는 경쟁과 같다”며 “남성들은 여성과는 구별되게
놀이를 하더라도 누가 더 남성적인가를 재보는 시간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PC방도 영화관처럼 깜깜하고 좁은 것은 비슷하다. 그러나 PC방에는 영화관보다
동성끼리 놀러온 남성들이 압도적이다. 영화관과는 다르게 소리를 지를 수도, 서로
게임실력을 겨룰 수도, 또 자기의 마초성을 표출할 수도 있기 때문.
결국 영화관에 남성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극장의 ‘불쾌하고 비좁음’을
감수하고도 갈 정도의 흥미로운 액션이나 전쟁영화를 걸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반면, 남성들은 영화관을 데이트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동성 친구와 영화관에
가는 것은 ‘나는 여친없는 루저’라는 표시일 수 있다는 두려움은 남성들의 발길을
막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