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서 상처로 감염되는 비브리오균 조심
어패류 먹어 감염되는 경로와 달라
7월 1부터 전국 대부분 해수욕장이 개장한다. 해수욕 시즌에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비브리오균 감염이다.
작년 여름,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 갔던 김선호(21) 씨는 맨발로 모래사장에서
놀다가 발이 유리조각에 베였다. 가벼운 상처였기 때문에 김 씨는 ‘상처부위를 바닷물에
소독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겼다. 다음날 상처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물집이 생겨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부위가 짙은 자주 빛으로
변했다. 김 씨는 상처를 통해 비브리오균에 감염되었던 것.
흔히들 비브리오균은 어패류나 생선회 같은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먹었을 때 감염돼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처를 통해서도 직접 비브리오균에
감염될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상처를 통한 감염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라는 이름을 가진
세균 때문에 생긴다. 이 세균은 갯벌에서 겨울을 지낸 후에 날씨가 따뜻해져 수온이
섭씨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왕성하게 번식하고, 육지와 가까운 연안의 생선과 조개류를
오염시킨다.
건강한 사람 또는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 어패류를 손질하다 다친 상처나 원래
있던 상처에 비브리오균이 있는 바닷물과 접촉하면서 감염된다. 약 12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열, 오한과 함께 상처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물집이 생기고 상처주변
피부세포의 괴사가 발생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근육 등으로 까지 감염돼 근염이나
괴사성 근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치료 후에도 피부나 근막, 근육의
괴사로 피부를 이식하거나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다낚시나 해수욕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병,
간질환 같은 만성질환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
여름철 바닷가에서 물놀이한 후 상처 부위가 부어오르거나 물집이 생기고 몸에 열이
나고 으슬으슬 추운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는 “비브리오균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증상이 식중독, 감기 등과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며 “비브리오
패혈증이 나타나면 치사율이 60~7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초기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는 “여름철 바다는 따뜻해서 비브리오균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상처가 생겼다고 바닷물에 소독을 하거나 상처부위를
씻으면 안 된다”며 “소금이 약간의 항생작용과 항박테리아 작용이 있어서 오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실제 바닷물은 소금이외에도 여러 가지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특히 오염된 바닷가에서는 소금의 항박테리아 기능이 미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