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월드컵 마감, 허탈함 이겨 내려면?

DADBA 심리… “4년만의 축제 참가” 만족해야

사상 처음 첫 원정 16강 진출로 들떴던 우리 나라의 월드컵 열기가 우루과이 전

패배 때문에 단숨에 푹 가라앉고 말았다. 2002년 4강신화의 재현도 마다하지 않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허탈감을 겪고 있다. 늦은 밤이건 새벽이건 붉은 악마 복장으로

거리응원에 나선 많은 사람들에겐 지금도 귀 뒤편에서 “대~한민국”의 환호가 들리는

것만 같은데....

허탈감은 어떤 감정 상태이며 어떻게 극복해내야만 할까.

허탈감은 정확히 말해 정신과적 용어라고는 할 수 없다. 사전적 의미로 허탈이란

정상적이던 혈액순환에 심한 장애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허탈이 오게 되면 급격히

맥박이 약해지고빨라져서 식은땀 불안감 혈압과 체온 저하 등 증세가 나타난다. 쇼크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수도 있다. 또 내장이 부분적으로 비정상적인 수축을 하는 경우도

허탈이라고 한다. 주로 폐의 확장부전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허탈감이라고 부르는 감정 상태는 정신이 빠진 것 같은, 또는 힘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면서 의식장애는 일으키지 않는 것을 말한다. 뇌빈혈이나 가벼운 쇼크를

일으켰을 때 또는 정신적 쇼크를 받았을 때 허탈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크게 기대했고 성사 가능성이 높았던 일이 틀어지고 말았을 때

허탈감을 경험한다. 가령 원하던 대학에 합격할 것으로 믿고 있다가 어떤 요인으로

떨어졌을 때, 혹은 중요한 거래가 성사될 문턱에서 무산되었을 때 등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허탈한 감정에 대해 건강적으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허탈감이 문제가 될 때는

어떤 일로 심하게 충격을 받아 자해를 한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있을 경우에

한한다”며 “실망과 실패는 살다 보면 있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치유한다”고

충고했다.

즉 월드컵 8강전 진출 무산 역시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바꿔놓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일이다. 패배야 항상 일어나는 일상사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이면 어느 새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고교생들은 당장

이번 주가 기말고사가 몰려 있다.

채 교수는 “허탈감은 정신의학적으로 문제가 없고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증세이므로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해 몰두하면 금세 나아진다”고 덧붙였다.

경희대병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우리가 열광해 온 경기는 코리아컵이 아니라

월드컵이라는 것을 인정하자”고 말했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으나 너무

집착하지 않는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것. 반 교수는 “어쨌든 지구인의 축제인 월드컵은

4년만에야 돌아오는 큰 행사인 만큼 남은 경기를 잘 즐긴다면 허탈감을 벗어던지기가

조금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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