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려는 고민
학교 우유 급식부터 전면실시 했으면
“한 나라가 앞날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투자는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먹여두는 일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우유의 가치를 누구보다 무겁게 알았다. 우유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풍부한 영양소를 고루 갖춘 완전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우유를 먹으면
살이 찐다거나 생각만큼 우유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반대론도 가끔 고개를 들지만
오해일 뿐. 여러 연구를 통해 우유는 득이 많은 고마운 것으로 보고돼 있다.
5월31일 세계 우유의 날 국제 심포지움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우유가
비만을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우유 속 칼슘과 비타민 성분은 성장을 돕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데 든든한 토대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우유를 잘 먹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3~19세의 1일 총칼슘섭취량 중 우유에서 얻는 비율이 19.7%에 불과하다.
미국인은 1일 총칼슘섭취량의 30.0%를 우유에서, 11.8%를 치즈에서 얻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미국인에 비해 우유 및 유제품에 의한 칼슘 섭취량이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우유를 잘 안 먹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게 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모두가
고민하고 있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들,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협회, 영양학자, 그리고
정부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려는 고민이 깊다. 하지만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공주대학교 외식상품학과 김선효 교수는 학교우유급식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므로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활발히 하면 어느
곳보다 우유를 많이 먹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학교우유급식은 활발하지 못하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78.4%, 중학교의 25.4%, 고등학교의 20.6%가 학교우유급식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조금 올라 전체 평균 51.6%로 2명 중 1명이 학교에서 우유를 먹고 있다.
문제는 중, 고등학교의 우유급식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지역(특별시와
광역시)의 급식률은 도 지방의 절반 수준이다. 김선효 교수는 “초등학교에서는 부모들이
우유를 꼭 먹여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 우유 신청비율이 높지만 중, 고등학생들은
우유를 잘 먹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음료를 택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의 모 중학교는 학교우유급식을 아예 하지 않는다. 학부모 위원회의
회의에서도 논의됐지만 오히려 식중독 등 부작용을 염려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아침에 배달되자마자 바로 먹어야 하는 데 종일 상온에 놔뒀다가 신선도가 뚝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 학부모들은 “집에서도 먹을려면 먹을텐데 굳이 학교에서 급식으로
해야 할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기 가장 좋은 경로는 학교에 있다고 봐야
한다. 흰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가공우유(초코, 딸기맛 우유 등)나 기타
유제품은 좋아한다. 김선효 교수는 “흰 우유의 영양 기준을 되도록 지키되 일주일에
몇 번은 맛우유나 야쿠르트 같은 유제품으로 바꿔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선거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무상급식’이었다. 한 끼에 일인당 2천원이
넘는 급식비용을 놓고 “지나치다”와 “당연하다”로 나뉘었다. 한 끼 식사와 견줄
수는 없지만 우유 한곽은 단가가 330원이라고 한다.
무상급식을 단숨에 실시하느냐 마느냐가 당장 결론이 안난다면 우유무상급식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부모세대가 우리 아이들의 입가에
우유 마를 날이 없게 하는 것이 선진국을 건설하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